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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이색문화공간>18.伊 베로나 원형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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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 이탈리아에 위치한 도시 베로나.「줄리엣의 고향」이기도 한인구 26만명의 작은 도시 베로나는 매년 여름이면 「세계 오페라의 수도」로 탈바꿈한다.
지난달 16일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 더위가 아직도 덜 가신 오후 9시 땅거미가 몰려오자 원형경기장앞 광장은 유럽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시작 한시간전부터 경기장 주변 반경 5백 근방의 도로엔 차량통제가 실시됐고,호텔에서 가지고 온 베개 쿠션을 들고 경기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베개쿠션은 딱딱한 돌계단에서 세시간을 버티기 위한 필수품이란다.
지휘자가 등장하자 찬물을 끼얹듯 경기장을 감싼 정적(靜寂)을가로질러 음악이 흘렀다.연미복을 차려입은 지휘자의 집전(執典)이 시작되자 원형경기장은 신성한 「오페라의 신전」으로 바뀌었다. 2만명이 넘는 관중들은 마치 축구경기나 록콘서트를 보러온 군중들과 다름없었지만 떠들썩하거나 성급하지도 않았다.
「오페라하우스」(?)로서는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베로나 원형경기장.이곳엔 매년 7월부터 두달간 연인원 2백50만명 이상의 「오페라 순례자」행렬이 줄을 잇는다.
베로나는 로마제국 당시 로마와 더불어 권력과 부를 자랑하던 북부 이탈리아의 도시.
AD 1세기께 세워진 「아레나」(원형극장이라는 뜻)는 로마의콜로세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형경기장이다.현재 이탈리아에 남아 있는 야외극장은 40여개 정도.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베로나의 원형경기장이 관객수나 규모로 가장 유명한 곳이다.고대 로마의 대형목욕탕에서 열리던 야외오페라공연은 올해 보수공사로 보르게공원으로 옮겨서 개최되자 올해 들어 많은 관객들이 베로나로 몰리고 있었다.
15세기 중엽 베로나원형극장에선 대규모 집회나 공연.투우경기.서커스.대형기구(氣球)날리기.마상경기대회.야유회가 열리곤 했다.1천년이 지난후 대지진의 여파로 바깥쪽 외벽이 허물어지면서반지 모양의 지붕에 해당되는 부분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모두 2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서 오페라 공연이 시작된 것은 1913년 8월10일부터.베로나 출신 성악가인 테너지오반니 제나텔로가 베르디 탄생 1백주년을 기해 오페라공연을 제안,베르디의 『아이다』를 상연했다.
공연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자 매년 여름 계속되어 온 것이 「베로나 축제」(Festival dell 'Arena di Verona)다.『아이다』로 개막된 이 축제는 그후 베로나 뿐만 아니라 20세기 유럽의 최대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
이곳을 방문하던 날 상연된 작품은 마침 베르디의 『아이다』.
피라미드.스핑크스등의 풍물과 화려한 개선행렬,대규모의 출연진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이 작품은 지금도 거의 매년 상연되고 매표집계에 의한 인기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곳에서 고대 이집트와 로마의 건축물이 만났다고나 할까.커튼콜에서 인기를 독차지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개선환영 축하장면에서등장한 반라(半裸)에 가까운 여자무용수.차임벨 소리 대신 고대이집트 복장의 남자가 징을 치면서 개막을 알리 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프리마 돈나의 독창이 계단 꼭대기에서도 뚜렷이 들릴 정도로 완벽한 음향을 갖추고 있는 이곳에는 마이크나 스피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아레나는 7월부터 9월초까지 계속되는 오페라 시즌이 끝나면 오페라 외에도 대형 록콘서트.재즈콘서트가 열리는 것은 물론 연중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방문코스로 인기다.『아이다』와 함께 올시즌에 공연되고 있는 작품은 비제의 『카르멘』과 푸치니의 『투란도트』,마스카니의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매일 저녁 다른 작품이 공연되므로 1주일 정도 이곳에 머무르면서 낮에는 밀라노.베네치아를 다녀오고 밤에는 오페라를 관람하는 관광객도 많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겸해 관람왔다는 리처드 스킨(27)은 『평소에 오페라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푸짐해 지루한 줄 모르겠다』면서 『내년에도친구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와 관광이 결합된 베로나축제의 명성 뒤에는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2천년 가까이 보존해 온 베로나 시민들의 피나는노력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베로나에서 글=李長職〈本社음악전문기자〉 사진=李興烈〈밀라노 거주 프리랜서〉 서울~로마간 대한항공 직항노선은 매주 수.토요일에 출발한다.베로나 「포르타 누오바」역은 밀라노~베네치아,로마~브렌네로 선의 교차역이므로 로마에서 기차나 국내선 비행기를이용하면 된다.
베로나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빌라프랑카에 위치한 카툴로 비행장.도심에서 남서쪽 10㎞에 위치해 있다.
셔틀버스(6천리라)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아레나 원형극장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8시부터 오후6시30분까지 개방한다.물론 오페라 시즌 중에는 오전 1시까지 출입할 수 있다.입장료는 6천리라(3천원).
입장권은 공연이 있는 날은 오후9시까지 출입구 매표소에서 판매하며 입장료는 2만리라(1만원)에서 23만리라(12만원).늦어도 24시간 전에 예매하면 85%까지 파격적인 할인혜택(S석의 경우 3만5천리라)을 받을 수 있다.관광시즌과 겹치는 만큼일찌감치 예약해두는 것이 안전하다.전화예약도 가능하다.39(45)(800)5151.팩스 39(45)(801)3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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