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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표명일 ‘챔프 동부’ 첫 단추 끼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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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동부 표명일<右>이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삼성 이정석의 수비를 피해 점프 슛을 날리고 있다. [원주=뉴시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동부의 가드 표명일이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상민·강혁·이정석 등이 버티고 있는 삼성에 비해 동부는 가드가 약하다. 여기에 표명일의 백업 가드인 이세범이 16일 맹장수술을 받았다. 표명일 외에는 마땅한 카드가 없었다.

표명일은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39분01초를 뛰면서 침착하면서도 노련하게 팀 공격을 이끌었다. 고비에는 알토란 같은 3점슛과 가로채기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특히 2005년 KCC에서 동부로 옮기기 전까지 항상 이상민의 그늘에 가려 있던 표명일은 이상민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동부가 17일 원주 치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1차전(7전 4선승제)에서 삼성을 101-88로 꺾었다. 이로써 동부는 2004~2005 시즌 이후 3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먼저 점령했다. 역대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할 확률은 81.8%(11회 중 9회)다.

동부의 압승이었다. 동부는 키만 큰 팀이 아니었다. 창과 방패의 대결로 예상했지만 동부는 두꺼운 방패와 날카로운 칼날을 모두 갖고 있었다. 동부는 ‘트윈타워’ 김주성(2m5㎝·20점)-레지 오코사(2m4㎝·32점)의 높이와 스피드를 이용한 외곽포로 플레이오프 무패 행진(5연승)을 달리던 삼성에 완승을 거뒀다.

동부는 삼성의 스피드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속공과 밀착 수비는 삼성을 압도했다.

동부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표명일(12점·9도움)의 시원한 3점포로 화끈한 공격의 서막을 알렸다. 동부는 1쿼터 표명일·김주성·카를로스 딕슨(15점)이 나란히 8점을 넣으며 25-12로 앞섰다. 외국인 선수가 한 명밖에 나오지 못하는 2쿼터에서는 동부의 높이가 위력을 발휘했다. 동부의 오코사는 2쿼터에만 18득점을 올리며 격차를 더 벌렸다. 동부는 전반전을 56-31로 여유 있게 앞섰다.

3쿼터에는 삼성이 특유의 스피드가 살아나고 테렌스 레더(24점)가 16점을 올리면서 78-61로 격차를 좁혔다.

거기까지였다. 동부는 4쿼터 오코사-딕슨의 합작 쇼에 힘입어 삼성의 추격을 따돌렸다. 삼성이 이정석(8점)·박영민(14점)의 3점포로 쫓아오자 59초를 남기고 강대엽(11점)이 깨끗하게 림을 가른 3점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창진 동부 감독은 “1, 2쿼터에 승기를 잡았다. 이세범의 맹장수술로 걱정했는데 표명일이 잘해줬다. 3쿼터에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2차전에서도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은 19일(오후 2시30분) 원주에서 열린다.

원주=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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