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그녀들에게만 신차 공개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맨 오른쪽)이 17일 여성 고객들에게 미니 컨셉트카 ‘비트’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17일 인천시 청천동 GM대우 부평공장 내 디자인센터. “GM의 글로벌 미니카를 공개합니다.” 디자인센터 김태완 전무의 소개와 함께 차를 덮은 천이 걷히고 연두색 경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GM대우가 내년에 출시할 마티즈 후속 1000cc 경차 모델을 점토를 이용해 실물과 똑같이 만든 것이었다. 지난해 GM이 뉴욕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컨셉트카 ‘비트’를 꼭 닮았다. 이어 출시를 준비 중인 소형·중형·대형차와 다목적차(MPV)가 차례로 공개됐다. 올 하반기 나올 라세티 후속 준중형 모델도 크기가 커지고 디자인이 확 달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2~3년간 시장에 내놓을 신차 6종을 한꺼번에 보여준 것이다.

이 행사에 초대된 사람은 여성 인사 60여 명. 여성단체 관계자들과 자동차 동호회 여성 회원들이다. 이들은 신차의 외관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살펴보고 디자인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했다. 아직 출시가 한참 남은 차량 디자인을 이렇게 한꺼번에, 그것도 여성들에게만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제이 쿠니 부사장은 “이날 품평회에서 나온 여성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최종 양산차에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GM대우의 ‘여심 잡기’ 전략의 하나다. 회사 측은 이날 품평회에 앞서 ‘여성과 자동차’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고 중장기 여성 마케팅 계획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여직원만으로 구성된 마케팅팀 ‘M2W(Marketing 2 Women)’도 소개했다.

GM대우가 여성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건 그만큼 여성이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차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1999년 1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엔 27.9%로 높아졌다. 특히 마티즈 등 소형차 비중이 높은 GM대우는 여성 고객이 31.2%로 현대차(25.2%)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현일 전무는 “차를 살지 결정하는 건 남편이지만 어떤 모델·색상과 옵션의 차를 살지는 90% 이상이 아내 의견을 따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구매 결정권자인 여성을 잡는 게 자동차 판매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GM대우는 M2W팀의 주도로 2월 ‘마티즈 오렌지 에디션’을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엔 ‘젠트라X 레드 프리미엄’을 출시할 계획이다.

부평=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