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비타민] 할인마트 경품 응모권에 ‘함정’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주부 이모(38·여)씨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경품 행사를 하면 꼭 응모한다. ‘혹시 작은 거라도 걸릴까’ 싶어 응모권을 꼼꼼히 작성한다.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주소, 주민번호까지 적는다. 이씨는 ‘마트를 찾은 손님에 대한 사례’로 이런 행사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일부 대형 할인마트가 고객의 발등을 찍었다. 고객의 정보로 장사를 한 것이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16일 경품 응모권을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 3만여 건을 텔레마케팅 업체에 넘긴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대형마트 두 곳과 박모(43)씨 등 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넘겨받은 개인 정보를 제휴카드 발급에 이용한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이모(39)씨와 이씨에게 병원의 공인인증서를 내줘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를 조회하도록 해준 치과 의사 김모(39)씨 등 1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입건된 두 대형마트는 제휴카드를 발급하는 데 드는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텔레마케팅 업체에 이 업무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마트는 응모권에 담긴 개인 정보를 통째로 넘겼다.

텔레마케팅 업체는 여기서 더 나갔다. 대표 이씨는 의사인 친구 김씨에게 병원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를 넘겨받았다. 이것으로 건강보험공단 사이트에 접속하면 수진자(진료를 받은 자)의 직장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마트 측은 “관련법상 과태료만 내면 될 일이고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응모권 뒷면에 고객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적어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누구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지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도록, 지난해 법률이 개정됐다”고 지적했다.  

강인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