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告由文-까닭을 밝히는 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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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고유(告由)는 「까닭을 고한다」는 뜻이다.이때 지내는 제사가고유제(告由祭)인데 주자학의 영향아래 조선시대에 널리 성행했던사례(四禮.冠婚喪祭)중 하나로 제례(祭禮)에 속했다.주로 개인이나 조정에서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사당(祠堂 ) 또는 종묘(宗廟)에 제사를 올리면서 「까닭」을 밝혔던데서 유래한다.
고유에는 출입고(出入告)와 유사고(有事告)가 있다.
공자(孔子)는 「부모가 계실 때는 자식이 먼 곳에 나가지 않는 것이 예의며 부득이 출타(出他)할 때는 반드시 행선지를 밝힐 것」(父母在,不遠遊,遊必有方-『論語』)을 강조했다.
그런만큼 대부분의 고유는 출입고에 해당됐다.곧 집을 떠날 때부모나 조상에게 행선지와 목적,귀가 날짜를 알렸다.
이 때는 사당을 찾아보고(膽禮) 분향(焚香)한 다음 절을 올렸는데 출타 기간에 따라 의식이 약간씩 달랐다.
그리고 유사고는 글자 그대로 「일이 있을 때」알렸던 의식이다. 개인이라면 벼슬을 받았다거나 적장자(嫡長子)의 출산,관례나혼례,주택이나 사당.분묘의 이전및 수리가 되겠고 국가적으로는 경사나 궁궐의 신.개축,철거등의 사안(事案)이 여기에 해당된다.물론 제사(告由祭)가 따랐다.
이번에 옛 조선총독부건물(중앙청)을 철거하면서 고유문(告由文)을 낭독했다.일제 36년과 민족치욕의 상징물을 철거하면서 고유문을 올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삼가 천지신명(天地神明)과애국선열(愛國先烈)께 그 「까닭」을 고함과 동시 에 민족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이기도 하다.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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