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회용기 사용금지」조치와 패스트푸드 업계의 최근 움직임을 보노라면 환경문제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얼마나 간단치 않은 것인지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정부는 연초부터 스티로폴 용기 등 음식점의 일회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패스트푸드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롯데리아.켄터키푸라이드치킨.하디스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햄버거 스티로폴 포장용기를 종이로 바꾸고 콜라 종이컵 등도 분리수거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더이상 비현실적 규제에 따를 수 없다』며 연합회를 결성하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장사치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으로만 몰아붙이기에는 딱한 면이 없지 않다.
커피 종이컵을 사기컵으로 바꾸고 팥빙수 플라스틱 스푼도 종이스푼으로 바꾸는 등 대체가능한 것을 최대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샐러드컵처럼 교체가 불가능한 품목이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영구용기로 바꾸고 매장에서 직접 씻어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점으로 업종 이름을 바꾸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커피 자판기의 종이컵은 괜찮으나 패스트푸드점의 커피 종이컵은 안된다는 규제의 비일관성,기껏 종이컵을 분리해놓아도 막상 청소차들이 『어떻게 일일이 분리수거해 가느냐』며 한꺼번에가져가는 식의 손발 안맞는 행정이 이들의 불만을 부풀리게 하고있다. 또 서울 시내 백화점의 지하식당가 등 아직도 대부분 간이식당에서는 스티로폴 접시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니 억울하기도 하다는 얘기다.
환경오염 요인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의를 달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당면과제다.그러나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처럼 소규모 업종에서조차 「문제」가 쌓여 있다.
일회용품을 대체할만한 용기의 개발,이를 개발할만한 기술,그리고 완벽하게 분리수거를 지원해줄 수 있는 행정시스템도 필요하다.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없이 규제부터 선행된다면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환경오염을 막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李京宣 유통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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