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자칼럼>패스트푸드와 환경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의 「일회용기 사용금지」조치와 패스트푸드 업계의 최근 움직임을 보노라면 환경문제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조차 얼마나 간단치 않은 것인지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정부는 연초부터 스티로폴 용기 등 음식점의 일회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패스트푸드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롯데리아.켄터키푸라이드치킨.하디스 등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햄버거 스티로폴 포장용기를 종이로 바꾸고 콜라 종이컵 등도 분리수거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더이상 비현실적 규제에 따를 수 없다』며 연합회를 결성하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장사치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으로만 몰아붙이기에는 딱한 면이 없지 않다.
커피 종이컵을 사기컵으로 바꾸고 팥빙수 플라스틱 스푼도 종이스푼으로 바꾸는 등 대체가능한 것을 최대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샐러드컵처럼 교체가 불가능한 품목이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두 영구용기로 바꾸고 매장에서 직접 씻어 사용한다면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점으로 업종 이름을 바꾸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커피 자판기의 종이컵은 괜찮으나 패스트푸드점의 커피 종이컵은 안된다는 규제의 비일관성,기껏 종이컵을 분리해놓아도 막상 청소차들이 『어떻게 일일이 분리수거해 가느냐』며 한꺼번에가져가는 식의 손발 안맞는 행정이 이들의 불만을 부풀리게 하고있다. 또 서울 시내 백화점의 지하식당가 등 아직도 대부분 간이식당에서는 스티로폴 접시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니 억울하기도 하다는 얘기다.
환경오염 요인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은 이의를 달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당면과제다.그러나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처럼 소규모 업종에서조차 「문제」가 쌓여 있다.
일회용품을 대체할만한 용기의 개발,이를 개발할만한 기술,그리고 완벽하게 분리수거를 지원해줄 수 있는 행정시스템도 필요하다.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인프라(?)의 구축없이 규제부터 선행된다면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환경오염을 막는 길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李京宣 유통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