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0년째 韓.日고대사 연구 최재석 高大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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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내 사회학,특히 한국가족제도사 연구의 독보적 존재인 최재석(崔在錫.69.사회학)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미 4권의 책을 낸 韓日고대관계사의 전문가이기도 하다.치열한 학문정신과 연구업적으로 일본을 연구하는 후학들의 귀감이 되고있는 그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연구에 바빠 교과서 쓸 시간이 없다』『오랫동안 공부만 하다 문득 둘러보니 자식이 없더라.』 崔교수가 남긴 「명언」의 일부.한평생 학문 외길을 걷느라 이른바 사회를 몰랐기에 나온 얘기다.
정년퇴임 4년째인 그는 요즘도 바쁘다.매일 서울송파구잠실동에마련한 개인연구실에 나와 5~6시간씩 책.원고지와 씨름한다.연구테마는 「고대 한일 불교관계」.10년째 매달리고 있는 한일 고대관계사 연구의 연장으로 탈고까지 3년을 잡고 있다.
『고대 한일 불교관계는 전파나 전래 등으로 표현되는 수평관계가 아니라 일본이 한국의 포교지역이란 수직관계였습니다.』 崔교수가 귀띔해주는 집필 방향이다.「삼국사기 고대사부분 위작설은 일제의 식민사관 탓」「고대 일본은 백제의 직할지」등 기존 사학계와 다른 주장을 펴온 그로서는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무엇이 그의 학문적 관심을 전공이 아닌 한일 고대관계사로 돌리게 했을까.
『통일신라시대 가족관계를 연구하려고 삼국사기와 일본측 관련연구를 뒤지다보니 조작이 눈에 들어오는데 우리 학계에선 관심이 적더군요.사회학은 할만큼 했고 나 아니더라도 할 사람이 많으니이쪽을 파헤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한일고대관계사 연구가 벌써 만10년.지난 90년 일본의 대표적 고대사학자 21명의 허구.모순을 지적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논문집 『일본 고대사 연구비판』을 상재한 이후 『백제의 대화왜(大和倭)와 일본화과정』『 통일신라.발해와 일본의 관계』를 잇따라 펴냈고 『정창원(正倉院)소장품과 통일신라』가 현재 출판작업에 들어가 있다.이 책도 정창원 소장품 8천여점이 신라것임을15가지 방식으로 논증,고대 한일양국이 상하관계였음을 밝히는 내용이라는 것 .
『10년만 한일고대사연구를 하고는 사회학으로 되돌아가려 했으나 아직도 미진해 5년은 더 계속해야겠다』는 崔교수는 지금 쓰고 있는 『고대 한국과 일본열도』를 낸 뒤 한국우세의 고대 양국관계가 언제 어떻게 역전됐는지를 밝히는 논문으로 이 분야 연구를 마무리할 작정이라고 했다.
대중성이 별로 없고 사학계의 반응이 신통찮은데도 정년후 더 왕성한 저작활동을 보일 수 있는 崔교수의 학문적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을 구명해야 한다는 학자적 사명감,연구시간이나 질에서 일본학자에 질 수 없다는 오기같은 것으로 버텨 왔지요.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요즘은 시간가는 것이 아깝기만 합니다.』 숫적으로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일본의 고대사학계에 홀로 맞서는 격인 崔교수는 『일본이 19세기부터 해온한국사왜곡을 21세기 진입전에 청산하는 것이 진정 일본을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에선 노일전쟁발발도 모르고 연구에 몰두한 학자들이 많았다더라』며 다시 책을 드는 노학자의 지적은 우리 학계나 겉으론일본을 비판하면서도 속으로는 저급한 일본문화에 경도돼 있는 우리 사회가 곰곰 되씹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 다.
〈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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