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사태 해결 주도권 쟁탈戰-러,적극개입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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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러시아의 對발칸반도 외교가 강화되고 있다.이 배경에는 전략적이해와 국제적 위상 강화라는 2개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전략적 이해는 러시아는 발칸반도를 중시해야 하는 지정학적(地政學的)측면이다.
발칸반도는 러시아 남부의 관문이다.러시아의 교두보(橋頭堡)인세르비아가 위축되거나 회교도 세력이 강해지는 것은 전략적 관점에서 볼 때 러시아에 치명적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가뜩이나 장악력이 약해져가는 흑해(黑海)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내줘야 할지도 모르며,지중해와 대서양에서의 전략적 입장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흑해의 약화는 이어서 카프카스지역을 취약하게 만들어 남부러시 아 전체가 불안정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러시아의 對발칸외교 강화는 NATO 팽창을 경계하는 면도 있다.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최근 서방언론과 회견에서『보스니아내전은 슬라브민족간 전쟁이며 우리는 서로 가까운 민족』이라고 슬라브주의를 새삼 강조한 것도 러시아는 결코 발칸을 내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러시아의 보스니아사태 해결책은 세르비아를 일방적으로 두둔하는형태를 취하고 있다.러시아는 현실적 바탕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것이며,현실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어떠한 사태도 저지한다는입장이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외무장관이 최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로부터『고라주데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이면에는 보스니아사태를 확대해 서방의 개입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美의회에서 보스니아 회교도에 대한 무기금수해제 결의안이 나왔을 때 옐친대통령이 러시아도 세르비아에 무기를 본격 판매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신유고연방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함께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위상 강화라는 측면도 있다.
최근 러시아 정치권에는 「서방의 간섭」에 대한 반감이 크게 높아가고 있다.비록 옐친대통령의 투지만-밀로셰비치 대통령 초청외교가 투지만의 불참으로 무산되긴 했지만,러시아의 독자적 입장과 영향력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 는 것도 이때문이다.
외교소식통들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전통적인 러시아의 발칸에 대한 관심 차원을 넘어 서방에 대한「러시아존재 인식시키기」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힘만으로는 이를 관철시킬 수 없다는 게 러시아가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모스크바=安成奎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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