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진보의길] ‘실용 진보’로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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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진보를 지향하는 지식인 모임인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임혁백·김형기)이 ‘새 진보 준칙 10항’을 발표했다. 일종의 ‘새 진보 선언’이라 할 만하다. 총선 직전 열린 포럼 창립 2주년 기념 심포지엄 자리에서 나왔지만 지금도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보수 압승, 진보 몰락’으로 요약되는 총선이 끝난 지금이 오히려 더 적절한 시점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전체가 동의하진 않겠지만 새 진보를 향한 논의의 물꼬를 터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형기 공동대표의 기조 발제 형식을 빌려 발표됐다.

김 교수는 보수진영의 ‘실용 보수’에 ‘실용 진보’로 응수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기업을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자는 대목도 획기적이었다.

김 교수의 기조 발제문 제목이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를 향한 새 진보의 길’이었던 점이 무엇보다 화제였다. ‘Great Korea’라는 용어와 진보 이념의 조합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신보수)와 무슨 차별성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21세기 글로벌 시대와 지식기반 경제라는 새로운 조건이 진보의 변화를 추동하는 현실적 조건”이라며 “‘Great Korea’와 같은 개념을 끌어 안을 수 있는 능력을 진보가 보여줄 수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영대 기자

※도움말=김태일(영남대 정치외교학)·김형기(경북대 경제학)·김호기(연세대 사회학)·박명림(연세대 정치학)·박태주(한국노동교육원 경제학)·윤진호(인하대 경제학)·이병천(강원대 경제학)·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장상환(경상대 경제학) 교수(이상 가나다순),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새 진보 준칙 10항

1. 이념이 아닌 실생활에서 출발하자.

2. 이상주의와 근본주의에 빠지지 말자.

3. 국민의 평균적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을 제시하지 말자.

4. 반시장경제, 반기업 이미지를 탈각하자.

5. 민주주의 단일 차원만으로 사고하지 말자.

6. 민족주의의 틀에 갇히지 말자.

7. 국가안보를 중시하자.

8. 북한 주민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자.

9. 노동의 권리와 윤리를 함께 주장하자.

10.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지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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