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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요소를 놓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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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결승 3번기 제3국>
○·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3보(31~39)=일류기사의 ‘감각’은 거의 본능적이다. 잘 만들어진 초정밀 시스템으로 흐름의 선악을 실오라기처럼 미세한 단계까지 파악해낸다.

31에 막으면 35까지 외길 수순. 여기서 박영훈 9단의 감각은 “상황 순조. 향후 기대치 나쁘지 않음’으로 나오고 있다. 흑▲ 한 점을 못쓰게 만들었고 A에 한 수 더 두면 큰 집을 얻을 수 있으며 중요한 선수를 잡았으니까. 그는 36의 절대 요소로 달려가며 희미하나마 만족감을 느낀다.

한데 37에 받는 이세돌 9단의 감각도 비슷한 OK 사인을 보내고 있다. 귀는 A를 당해도 B의 맛이 남는다. 따라서 우상이 그대로 통집이 되면 흑의 실리는 백을 압도할 수 있다.

이런 감각의 차이가 ‘다음 한 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참고도’ 백1은 요소 중의 요소. 조금 엷은 감이 있지만 흑2로 받을 때 3을 선수해도 늦지 않다. 그 다음 5, 7로 공격할 수 있다면 백은 매끄러운 흐름을 유지하게 된다. 박영훈도 ‘참고도’를 생각했지만 흑이 뭔가 반격해 오는 수가 싫었다. 해서 그 엷음부터 커버하고자 38을 먼저 두었다. C의 곳이 워낙 커서 상대가 손 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39로 가버렸고 순간 이곳 흑집이 50집으로 불어났다. 박영훈은 아차! 하고 머리를 쳤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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