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탄핵 찬반 사안별 쟁점 짚어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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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탄핵 찬성론자들은 "盧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등 세 가지 사안만으로도 충분히 탄핵의 요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중대하게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선거법 위반=盧대통령이 지난 2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판단이 핵심이다. 중앙선관위는 盧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盧대통령 측은 "법 위반이 아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盧대통령의 발언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에 대한 답변은 위법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근거했다.

건국대 법대 임지봉 교수는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중대한 위법 행위가 드러난 때로 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의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이 교통법규를 어겼어도 탄핵을 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무원이므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연세대 법대 전광석 교수)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고려대 법대 계희열 명예교수는 "선관위가 두차례나 경고했고, 선거법 위반으로 결론을 냈기 때문에 대통령의 위법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 위법 사실을 저질렀을 경우 혐의의 경중(輕重)과는 상관없이 탄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탄핵소추권을 규정한 헌법 제65조는 "직무수행과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만 기술돼 있을 뿐 '중대한 법률 위반'이란 구절은 없다는 것이다.

◇측근 비리=대통령 자신과 측근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로 인해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법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탄핵 소추의 근거다.

헌재 연구관 출신 변호사들은 "측근들만의 비리 사실로는 대통령을 탄핵하기 어렵지만 대검과 특검의 수사 내용 등을 놓고 볼 때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헌재 측이 폭넓게 인정할 수 있다"(이석연), "측근 비리와 관련해 盧대통령이 100만원이라도 받은 혐의가 나오면 이는 무거운 처벌을 요구하는 뇌물죄에 해당돼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있다"(황도수)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측근들의 비리는 대통령 본인의 범죄 사실이 아니므로 대통령이 도의적.정치적으로 책임질 부분이지 법적인 책임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경제 파탄=전광석 교수는 "경제 파탄은 정책적 실패에 불과할 뿐 법적 기준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 때 경제 실정 사건으로 기소됐던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은 "정책적 과오는 사법부의 판단 사항이 아니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장영수 교수는 "개인적 치부를 위해 법을 어겨가면서 경제를 망쳤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 밖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석연 변호사는 "대통령의 무능은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 않지만 일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드러난다면 탄핵의 요건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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