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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마케팅에 올인하는 서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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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이 11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 홍보용 TV광고모델이 됐다. [사진=김상선 기자]

#11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중국 영화계의 거장 천카이거(陳凱歌·56) 감독이 나타났다. 입구 천장을 떠받친 기둥을 등진 채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천천히 바라보는 눈빛이 진지하다. 세종로의 아침 풍경을 눈에 가득 담으며 계단을 내려오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중국에 서울을 알리는 TV광고의 모델로 출연한 천 감독이 보여준 연기의 일부분이다.

장궈룽(張國榮) 주연의 영화 ‘패왕별희’, 장동건 주연의 ‘무극’ 등을 연출한 천 감독은 이번엔 카메라 뒤가 아니라 앞에 섰다. 그는 13일까지 사흘간 세종문화회관, 삼성동 코엑스, 청계광장, 인사동 문화거리 등 서울 곳곳을 돌며 광고를 촬영했다.

광고는 ‘서울 거리의 작은 움직임과 예술·문화가 내 안의 영감을 끌어올린다’는 내용. 천 감독은 세종로와 인사동 거리를 돌아보고, 한국 전통무용과 비보이 공연을 관람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 광고는 6월 중순 BTV와 상하이TV 등을 통해 방영된다. 기획 및 연출은 HS애드(옛 LG애드)에서 맡았다.

서울시 백운석 전략기획팀장은 “중국 현지에서 대중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천 감독이 선호도와 호감도 등 거의 모든 평가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그를 주인공으로 뽑은 이유를 밝혔다. 천 감독은 “베이징과 달리 서울은 큰 강이 가로지르는 도시” 라며 “용띠인 내가 용이 승천할 만한 도시의 TV광고 모델이 된다는 건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10일 부인 천훙(陳紅)씨와 함께 입국한 그는 입국 당일 저녁 오세훈 서울시장과 남산 벚꽃축제를 함께 즐겼다. 천 감독은 “중국의 도시 축제는 정치인이나 특정 권력층을 위해 열리는 일이 많은데 서울은 시민을 위해 축제를 만드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거리에서 보는 한국 사람들의 표정은 약간 굳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미소를 띠고 다니는 한국인들이 많아지면 그만큼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글=최선욱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마케팅·홍보 전담 민관합작회사 시동
초대 사장에 구삼열씨

서울시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울 관광 마케팅 및 홍보를 하기 위해 관광업체들과 함께 민관 합작회사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하나투어·신라호텔·롯데관광 등 16개 관광업체와 함께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를 설립, 초대 사장에 구삼열(67·사진) 외교통상부 문화협력대사를 13일 선임했다. 이 회사는 서울시 70억원, 민간업체 106억원 등 자본금 176억원으로 설립됐으며, 내후년까지 자본금을 7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0년 1200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선언한 서울시가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 왔다. 1월 법인 설립을 하고 이달 초 45명의 직원도 채용했다.

석 달여간의 구인 끝에 임명된 구 사장은 임기 3년 동안 서울 마케팅 및 관광홍보, 컨벤션 및 관광투자 유치 실무를 지휘하게 된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구 사장은 미국 AP통신사의 유엔·로마특파원을 지내고, 유엔 특별기획본부장과 국제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일본 겸임 대표를 맡는 등 30년 동안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왔다.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 사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외교부 문화협력대사와 환경재단 산하의 임길진NGO스쿨 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씨의 남편이며 지휘자 정명훈씨의 매형이기도 하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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