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금괴’ 수입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지난해 스위스산 금괴가 대거 수입돼 홍콩산을 제치고 국내 수입 금괴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스위스산 금괴는 지난해 3870억원어치가 국내로 들어왔다. 2006년의 수입액은 250억원이었다. 액수가 1년 새 15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수입 금괴 시장의 44%를 차지한다. 반면 2006년까지 1위를 지켰던 홍콩산 금괴는 2733억원어치가 수입되는 데 그쳤다.

1년 새 금괴 수입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이 있다. 2006년 9월 한국과 스위스가 속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이 발효한 FTA다. EFTA는 노르웨이·스위스·리히텐슈타인·아이슬란드로 구성됐다. 이전까지는 스위스에서 금괴를 수입하면 3%의 관세를 물어야 했지만 EFTA와의 FTA가 발효되면서 금괴에 붙는 관세가 없어졌다. 금괴는 고가품인 데다 유통 마진이 작아 관세율이 조금만 바뀌어도 수입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난해 대량으로 들어온 스위스산 금괴 중 1800억원어치는 스위스가 원산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관세청과 스위스 세관이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다. FTA 협정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 금광석을 수입해 스위스에서 금괴를 만들면 스위스산이 된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금괴의 순도를 높이는 작업만 한 뒤 수출하면 스위스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3국에서 만들어진 순도 95%짜리 금괴가 일부 스위스에서 순도 99.99%짜리로 가공돼 국내로 수입됐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이 금괴를 수입하면서 관세를 내지 않은 업체 7곳을 적발해 59억원을 추징했다. 관세청은 다른 스위스산 금괴 수입 업체에 대해서도 원산지가 스위스인 금괴를 수입했는지 조사키로 했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