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사누키’가 중국 브랜드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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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에서 사누키 우동집을 운영하는 가바시마 야스다카(樺島泰貴·35)는 지난해 11월 한 중국 기업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 “사누키라는 상표를 이미 등록했으니 더 이상 같은 이름으로 우동을 팔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사누키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가가와(香川)현의 유명 우동집에서 기술을 닦고 가가와현이 해외 점포 운영자들에게 발급하는 ‘사누키 대사관’ 인증서를 받은 그였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친 경고장과 변호사의 최후통첩을 받고는 간판에서 ‘사누키’라는 글자를 지울 수밖에 없었다. 몇 달 뒤 그의 가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현지 기업의 ‘대만 유일의 사누키우동’이 문을 열었다.

13일 마이니치(每日)신문과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중국과 대만에서 일본 특산품명은 물론 지명까지 현지 기업이 줄줄이 선점하고 있다. JETRO가 올 들어 중국과 대만의 상표 등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시즈오카(靜岡)와 아오모리(靑森)·가고시마(鹿兒島) 등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중국에 36개, 대만에 29개 지역명이 상표로 출원되거나 이미 등록됐다. ‘사누키’(우동) ‘고시히카리’(쌀) ‘히토메보레’(쌀) 같은 농산품 브랜드들도 영어와 일본어·한자 모두 현지인에 의해 등록이 완료됐다. 다만 널리 알려진 지명의 상표 등록을 금지한 중국과 대만의 상표법에 따라 도쿄(東京)는 상표 신청이 취하됐다.

중국의 상표권은 한 번 취득하면 10년간 유효하다. 이 때문에 정작 일본 기업이 고시히카리와 히토메보레를 판매하려면 적어도 10년간은 이들의 생산지 이름을 따 각각 ‘니가타(新潟)산’ ‘미야기(宮城)산’으로 상표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품권 분쟁에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은 중국 기업이 악의로 상표를 선점했고, 등록 당시 중국에서 이미 상표의 지명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상표권 침해 문제는 ‘짝퉁’ 단속과 비교해 볼 때 그 해결이 더욱 어렵다.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아오모리현도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에 중국에서 ‘아오모리 사과’의 상표를 되찾았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역사와 전통·문화가 담긴 전통 상표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수산성은 농산물의 지적재산을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 특허청과 함께 현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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