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공기업 監査싸고 원칙.효율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원칙」이 우선이냐,아니면 「효율성」이 먼저냐.
최근 들어 감사원이 전에 없이 적극적으로 정부 부처와 국영기업체를 대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감사대상기관 사이에서 『감사 기준이 현실을 무시한 채 경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감사받는 기관의 입장에서야 모든 게 불편하겠지만,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사원의 기준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게 이들의 지적이다.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문제를 지적하고 나설 형편도아니라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한 국영기업 관계자는 『이러다 보니 공공기관,그리고 이들과 하도급.납품계약을 맺는 민간기업들은 업무의 효율성이나 경비 절감보다는 어떻게 하면 감사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최근 홍재형(洪在馨)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 주재로 열린 정부투자기관장 회의에서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함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예로 발전소와 같은 대형 건설공사는 계약 때 공간굴착.발전기 설계등 부문별로 「착공일로부터 몇개월」로 미리 구체적으로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날씨나 자재 수급 상황,또는 기술 개발등에 따라 4~5년이 걸리는 토목공사 기간중 몇개월은 어렵잖게 줄일 수 있지만 감사원은 공기단축에 대해서도 부실공사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공사 지연과 마찬가지로 까다롭게 따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부러공사를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는 것.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나가는 각종 수매자금도 사후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한 경우가 있는데 사후적으로 지적을 받기 때문에 정책이 「농민보호」보다는 「감사 지적 회피」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 6월 전격 경질된 조백제(趙伯濟) 前한국통신 사장이 며칠 전 감사원장을 상대로 『한통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 지적은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도 최근의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는 예산의 과다편성과 집행의적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정부부처와 공기업들의 지적에 대해 『이같은 지적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고 전제,『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법규나 국회에서 정해진기준에 따라 감사를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부.정치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