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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대외정책 방향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7호 04면

4·9 총선이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나자 미국 뉴욕 타임스는 “북한 지도자들이 어려운 시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도 마찬가지다. 한국민이 새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PKO 확대 등 ‘國格외교’ 강화 대북 정책은 유연해질 수도

이 같은 평가는 단순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는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다. 18대 국회 내 범보수 세력이 200여 석이나 돼 헤게모니를 잡게 된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외교·안보정책은 의회의 이념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그런 만큼 국제 공조를 바탕으로 한 대북 정책 기조, 한·미동맹 강화, ‘국격(國格) 외교’가 의회의 지원 속에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북정책의 경우 총선 승리로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나름대로 자율성을 갖고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국정 운영에 문제없을 정도의 의석을 얻었기 때문에 대북정책에서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 포용정책과의 차별성만을 강조하던 데서 벗어나 ‘비핵·개방 3000 구상’(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로 만드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남북 경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북핵 문제도 8일 싱가포르 북·미 협의 이후 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남북 대화를 시작할 계기도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범보수 진영 내 견제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보수 우파의 이념적 잣대로 북한을 보지 않고 상당히 실용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막상 유연성을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 자유선진당이나 친박연대, 보수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의 견제가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현재의 대남 비난 기조로 미뤄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회 내 범보수 세력의 광범위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새 정부의 이니셔티브인 국격 외교 분야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한다는 내용으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참가 확대, 공적개발원조(ODA·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 중 29위) 확대가 골자다. 정부는 11일 수단 다르푸르에 PKO 실무조사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 파병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며 파행을 거듭했던 17대 국회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아프가니스탄 지방 재건사업(PRT)은 물론 미국이 최근 요청한 아프간 군·경 훈련을 위한 요원 파견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대통령은 11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5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등을 처리하자고 말했다. FTA 비준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럽연합(EU)·중국·일본 등과의 FTA 체결 역시 국회의 측면 지원 속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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