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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의 멋은 ‘바른 자세’에서 나온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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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호 19면

머리털 나고 처음 맞춤 수트에 도전하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치수를 재기 위해 전신 거울 앞에 서 있었던 건 사람이 아닌 굼뜬 자라의 모습이었다. 앞쪽으로 치우친 견갑골과 목 라인 위에 온갖 질 좋은 수트를 걸쳐 봤지만 3류 듀엣의 불협화음이 이 정도일까 싶을 정도로 민망할 따름이었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 중 하나가 ‘폼’인 것처럼 수트의 기본 중 하나도 ‘폼’이다. 리플이 달릴 얘기지만, 레드 카펫 위에 배우 정우성·조인성이 섰을 때와 설경구·송강호가 섰을 때를 떠올려 보라. 제대로 갖춰 입었다면 거기에 걸맞은 ‘폼’은 필요충분조건 아닐까.

문제는 습관적인 나쁜 자세다. 위 등과 허리가 굽고 목은 일자인 데다 스트레스로 똘똘 뭉친 어깨 근육을 가진 남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12~13파운드짜리 볼링공 무게의 머리를 하루 종일 모니터에 박고 사는 인생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적 자세’가 바로 ‘C 라인’인 셈이다.

물론 이런 21세기형 체형까지 보완해주는 게 맞춤 수트이긴 하다. 꼼꼼한 남자라면 그런 체형의 결점을 커버하고 수트 피트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체 치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가슴둘레·허리둘레·엉덩이둘레와 안기장(허벅지 안쪽 사타구니에서 발목까지의 길이)은 기본이다.

참고 삼아 전하면 가슴둘레에서 허리둘레를 빼고 나누기 2를 했을 때 7이 나오면 이상적인 신체 사이즈다. 목 뒷부분에서부터 발목까지의 길이를 나누었을 때 절반이 이상적인 재킷 길이다. 안기장을 재두는 건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는 바지 밑위길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함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수트의 멋을 최대한 드러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초 자산은 ‘바른 자세’다. 굳이 수트의 멋 운운하지 않더라도 신체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서둘러 복원해야 할 생물학적 유산이기도 하고.

매일 아침 침대 매트 밖으로 목을 떨어뜨린 채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든, 1시간에 5분 정도는 의식적으로 걷든, 뭐라도 해야 할 때다. 큰 거울에 전신을 비췄을 때 귓구멍과 어깨선이 일직선이 아닌 남자들에게 고하는 말이다.


글쓴이 문일완씨는 국내 최초 30대 남자를 위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루엘 luel』의 편집장으로 남자의 패션과 스타일링 룰에 대한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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