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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자 계급으론 보기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한국의 노동자는 시민(citizen)도 계급(class)도아니다.』 서울대 지역종합연구소 김동춘연구원이 87년 이후 한국 노동자 의식 조사 결과를 단행본으로 펴낸 『한국사회 노동자연구』(역사비평사)에서 내린 결론이다.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시민으로 성장하지도 못했고,그렇다고 전통적 계급의식을 갖고 있지도 않다는 한국 노동자의 양면적 성격을밝혀낸 이 책은 사실상 학계에서 노동자「의식」을 조사한 최초의본격이론서로 평가받고 있다.
김씨가 조사를 통해 밝혀낸 노동자 의식의 2중성은 사용자에 대한 태도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4개 사업장의 생산직 노동자 3백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사를 동반자로 보는 시각이 전체의 34.9%,노사를 갈등관계로 보는 시각이 37.5%,무응답이 28.6%였다.
상당한 갈등의식이 「높은」수준의 협력적 태도와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이러한 모순적 태도가 『생산직 노동자가 처한 구체적 조건과 사회적 힘의 역학관계,그리고 노동자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서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최근 노동자의 개인주의화 경향과 노조에 대한 무관심도「현집행부에 대한 불만 때문」(42%)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이를 노동자의 보수화 결과로 보기보다는 일종의 강요된 침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김씨는 상당한 갈등의식과 연대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에서강요된 침묵이 단기적인 경제.정치적인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모르지만 기업내의 통합 및 사회적 시민으로의 통합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김씨는 노동자 갈등의식의 주요 한 원인이 작업환경.인간적 대접 등을 포함한 차별대우(78%)에 있다면서 노동자들은 금전적 보상보다「인간적 대우」를 더 절실히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이러한 태도는 그들의 61.5%가 회사와 자신의 이익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73.1%가 노사협력의 필요성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사용자의 65%가 노동자가 회사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더 챙기려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서 나타 나듯이 노사간 인식의 편차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씨는 사회복지나 고용보장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사회.정치적 불만이 사용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기업별 노조로는 경영에 부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은 물론 협조적 노사관계의 정착이 어렵다고 진단한다.따라서 일부 사 용자들이 희망하고 있듯이 공공교섭이 가능한 업종별 노조를 통해 노사간에 전가돼온 사회.경제적 불만을 드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김씨는 『그간의 노동연구가 「노사협조적 관점」아니면「계급적 관점」에 서서 노동자를 너무 자의적으로 판단해왔다』며 『앞으로보다 심층적인 조사기법을 개발해 한국 노동자들의 의식을 조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金蒼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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