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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MB노믹스]현대家·한화家·삼성家···'울고' '웃고'

중앙일보

입력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번 총선에 나선 자사 출신 후보는 물론 특정 후보의 당락으로 자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손익 분석에 여념이 없다.

◇현대중공업, 환호...'역차별'은 없나?

현대중공업 고문인 정몽준 의원이 동작 을에서 정동영 후보를 이기고 금배지를 차지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자사의 위상도 어느 정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가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수순 가운데 하나인 현대건설 인수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 의원이 현대가 적통 문제를 놓고 벌이던 신경전에서도 기선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정 의원의 승리로 이미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가의 대표로 나설 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측은 오히려 위기를 맞게 됐다. 현대건설 인수는 물론 현대상선에 대한 현대중공업 측의 적대적 인수합병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의원의 당선이 달갑지는 않다.

호재를 맞은 현대중공업 역시 오히려 정 의원이 여권 실세로 떠오르면서 자사가 역차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 의원이 향후 당권은 물론 대선까지 노릴 것으로 보여 현대중공업의 거침없는 행보가 오히려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 '설상가상'

한화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은 천안에서 패했다. 충남 지역에서 자유선진당 바람이 거셌다고는 하지만 한화.빙그레 그룹의 연고지 격인 천안에서의 패배로 한화 그룹의 표정 역시 밝지만은 않다.

김호연 전회장의 낙마가 '아쉬움' 수준이라면 이종구 의원의 재선 성공은 한화 그룹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 의원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원천 무효라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이 의원의 끊임없는 의혹 제기로 예금보험공사는 2년 전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계약 무효 또는 취소 등을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했다. 한화로서는 오는 6~7월 중재 결과발표를 앞두고 사실상 이를 이끌어 낸 이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가 달가울 리가 없다.

◇삼성, 저격수가 사라졌다

삼성은 17대 국회에서 꾸준히 자사를 공격했던 진보신당의 노회찬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18대 국회 입성에 실패함에 따라 일단 한시름을 놓았다.

특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만큼 삼성은 특검결과에 따라 그룹 입지가 결정된다. 다만 특검결과가 그룹에 우호적으로 나와도 이들이 18대 국회에 들어가 삼성을 꾸준히 압박한다면 삼성으로서는 여간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구로 지역에서 신승, 재선에 성공한 것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박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공격을 주도해 왔다. 박 의원은 또한 총선 기간 동안 삼성의 지배구조 및 삼성의 은행 소유 움직임에 대해 비판을 제기해 18개 국회에서 삼성 저격수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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