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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5분 동영상’의 야망 “PC·폰·TV 점령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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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동업자 첸과 마주 앉은 책상에서, “한국에 관심 많다”며 헐리가 밝게 맞았다. “IT 인프라와 문화 콘텐트를 갖춘 나라가 아닌가. 미래는 모바일 동영상에 있다. 코리아와 유튜브, 윈윈하자”

인터넷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로 대박을 터뜨린 유튜브. 이 분야 세계 최대인 이 회사가 지금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모바일 유튜브’와 ‘유튜브 TV’라고 한다. 말로만 들어서는 그 속내를 알기 힘들다 싶어 이달 4일 직접 찾아 나섰다.

주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브루노시(市) 체리애비뉴 1000번지. 아름다운 항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를 빌려 타고 남쪽으로 약 30분 달리니 나온다. 한국 언론으론 처음으로 유튜브 본사 정문을 두드렸다.

2층 사무실을 들어서니 200여 명의 직원이 청바지와 셔츠·남방 등 대부분 캐주얼 차림이다. 뭔가에 정신이 팔려 혼자 PC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거나 몇 명씩 책상 주위에 몰려 앉아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사무실 중앙에 있는 간이 골프그린에서 퍼팅 연습을 한다. 또 다른 직원은 벽에 단 농구골대를 향해 쉼 없이 공을 던진다.

리카르도 레이예스 글로벌 홍보담당자는 “한국 언론엔 처음으로 우리 사무실을 공개한다”며 이곳저곳을 구경시키다 200호 사무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방 문패에 ‘채드 헐리’(이하 헐리)와 ‘스티브 첸’(이하 첸)이라는 두 개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두 사람이 한 방을 쓰느냐”고 묻자 그는 대답 대신에 방 문을 연 뒤 공동 창업자라며 두 사람을 소개했다. 서로 마주 보는 책상에서 일하던 헐리(31)와 첸(30)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낯이 익은 첸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삐죽삐죽 솟은 머리에 귀고리를 달고 있었다. 캐주얼 정장 차림에 머리가 단정한 헐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 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쑥쓰러워했다.

헐리는 2006년 11월 구글 경영진과 담판을 벌여 햇병아리 벤처기업인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약 1조6500억원)에 팔아 ‘벤처 대박’을 일궈냈다. 인디애나대학 미술학도 출신인 그는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대표한다. 대만 태생의 첸은 일리노이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현재 직함은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지난해 3월 방한했을 땐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던 헐리가 이번엔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두 창업자와 커피잔을 들고 스탠딩 미팅 형식으로 다양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올 1월에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헐리)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유튜브의 차세대 유·무선 연동 동영상 콘텐트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데 최적의 테스트 베드(test bed)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그냥 실험용 시장인가.

(헐리) “유튜브는 각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한국 문화는 독특하고, 다양한 요소가 잘 어우러져 인기가 높다. 한국의 우수 콘텐트들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면 양측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구글이 유선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서비스까지 추진한다고 하는데 유튜브의 차세대 비즈니스는.

(헐리) “모바일 동영상 콘텐트는 유튜브의 미래다. 특히 유튜브의 동영상은 5분 이내의 짧은 분량이라 모바일 기기에서 경쟁력이 있다. 분량이 길면 모바일에서 보기가 곤란하다. 유튜브가 제2의 도약을 위해 모바일 비즈니스에 나서는 이유다.”

-이동통신 단말기 회사에서 앞다퉈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첸) “미국에서는 이미 애플폰이나 구글폰이 유튜브의 기능을 접합하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제 유선이나 무선의 영역,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 이런 컨버전스(융합)의 시대가 IT 비즈니스의 미래다.”

-유튜브의 미래도 유선과 무선을 넘나드는 동영상 콘텐트 서비스인가.

(첸) “어느 단말기에서나 유튜브 서비스가 가능해져야 한다. 앞으로 PC는 물론 모바일 정보기기나 TV에서도 유튜브가 서비스될 것이다. 애플이 얼마 전 유튜브를 볼 수 있는 TV를 만들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수익성이 문제다. 유튜브는 처음에 광고를 안 붙인다고 했는데.

(헐리) “유튜브도 광고 수익에 관심이 많다. 홈페이지 화면이나 검색 기능에 배너 광고를 달았다. 또 유튜브에 동영상 콘텐트를 올리는 이용자 중에 클릭 수가 많은 경우 광고를 달아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넘어가면 창업 멤버들은 새로운 사업을 벌인다며 회사를 떠나는데.

(헐리) “우리는 아직 유튜브에서 할 일이 많다. 유선 인터넷에서 시작된 유튜브를 모바일과 인터넷 TV 등 다양한 비즈니스로, 전 세계에 확산시켜 유튜브의 성장을 이어갈 생각이다.”

산브루노(미 캘리포니아주)=이원호 기자

◇유튜브 =네티즌이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고, 감상하고, 퍼갈 수 있는 동영상 사이트.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조드 카림(30·스탠퍼드대 재학)이 2005년 실리콘밸리의 허름한 차고에서 1150달러로 시작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18개 국에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2006년 말 구글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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