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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전도사’ 낙선 … 내년 착공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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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선을 치르면서 대운하 건설 문제는 오히려 꼬였다. 내년 착공을 위해 본격적인 공론화에 들어가야 할 시점인데,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했던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대운하 반대를 앞세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대운하 건설에 앞장서 온 박승환·윤건영 의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약진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계열 인사들은 대운하 건설에 비판적이다. 자유선진당도 부정적이다.

국회에서 대운하 추진이 늦어지면 내년 4월 착공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완공한다는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임기 내 완공을 위해선 3년6개월 걸리는 인·허가 과정을 적어도 1년 안에 끝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가 6월까지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감세안을 비롯한 경제 관련 각종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데 대운하 특별법을 들고나가면 다른 법안들이 모두 발목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규제 개혁이나 공기업 민영화처럼 한나라당 밖의 보수진영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분명한 성과를 얻은 뒤에 대운하를 추진할 것”이라며 “대운하 추진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논란도 더 가열될 전망이다. 민간 건설사들은 이달 말에 제안서를 정부에 낼 예정이다.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이 이끌고 있는 ‘한반도대운하 연구회’도 10여 개 대안을 마련해 둔 상태다. 하지만 토지보상금의 규모, 부대사업의 범위 등 정부가 밝힌 ‘100% 민자’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환경 파괴와 환경평가 부실 논란이 커지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토해양부가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며 연내 착공을 추진하고 있는 경인운하가 대운하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인운하 건설은 환경·경제성 논란으로 2003년 중단됐으며, 지금은 방수로 공사만 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대운하를 주장해 온 후보들이 낙선한 만큼 총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 대운하 건설 계획을 백지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10일 “대운하 건설은 찬성이냐 반대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운하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안에 가시적인 방향이 세워질 것으로 본다”며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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