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 지명자가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날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거듭 질문했다. 그러자 스티븐스 지명자는 “우리(미국)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필요한 게 무엇이며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 “미국과 한국은 현재 많은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만큼 다음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때 이런 문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대통령이 첫 해외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다”며 “한·미 정상은 다음주 캠프데이비드에서 동아시아와 이를 뛰어넘는 지역에서 자유와 안보 등 공유된 가치를 진전시켜 가는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미국이 최근 15년간 체결한 FTA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대사)인준을 받게 되면 FTA 비준 동의와 동시에 환경·근로기준 문제 등 협정 조항이 전면 시행될 수 있도록 미 무역대표부(USTR)와 최우선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시장을 완전 재개방하고 국제적 가이드 라인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하고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깊은 관심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인준을 받으면 이 문제에 관해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한국의 안정된 민주주의와 한·미동맹 파트너십을 감안할 때 한국은 비자면제협정의 당연한 후보”라며 “한국이 비자면제협정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도록 폭넓은 정보 공유, 사법 공조, 한국의 전자여권 도입 등을 위한 입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선 스티븐스 지명자가 아일랜드 총영사로 재직할 당시부터 친분을 쌓아온 미 정계 거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참석해 “주한 미 대사로서 충분한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스티븐스 지명자의 아들 제임스와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 등도 참석했다. 1970년대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한국에 머물며 영어를 가르쳤고, 80년대에는 주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어를 익힌 스티븐스 지명자는 청문회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 한국어로 인사말을 건네기도 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