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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첫 출전 6인의 초단 … 누가 보석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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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KB국민은행 2008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하는 8개팀 주장들이 개막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연소 주장인 김지석(19·영남일보)과 박영훈(신성건설)·원성진(월드메르디앙)·이창호(KIXX)·이영구(한게임)·이세돌(제일화재)·백홍석(울산디아채)·조한승(티브로드). [한국기원 제공]

‘꿈의 기전’으로 불리는 KB국민은행 2008 한국바둑리그가 8일 개막식을 열고 대장정의 닻을 올렸다. 광주 KIXX와 울산 디아채가 10~11일 개막전을 치르고 이어 12~13일엔 이북 5도를 연고로 한 신생팀 티브로드가 지난해 우승팀 대구 영남일보를 상대로 데뷔전을 갖는다. KB 한국리그는 8개 팀이 6개월간 더블리그를 벌이고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 12월에 우승팀이 가려진다. 각 팀 선수는 6명. 이 중 5명이 대회에 나서 제한 시간 없이, 30초 초읽기 10회의 속기전을 치른다. ‘지나친 속기화’에 대한 우려를 받아들여 예년과 달리 제4국에 제한 시간 90분의 장고 바둑이 배치되었고 ‘5전 3선승제’에서 ‘5전 전 경기제’로 변경, 승부가 나도 끝까지 대국하게 된 것이 특징이다.

◇8개 팀 전력 비교=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력 평준화를 말하고 있다. 한국리그가 이처럼 안개 속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 다 드러나지 않은 다수의 초단·2단들 때문이다. 특히 올해 처음 한국리그에 나서는 이원도·강유택·이현호·류동완·이춘규·김승재 등 6명의 초단들은 그야말로 허리케인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엄청난 실력과 잠재력은 어느 정도 검증됐지만 지난해 한상훈이나 배준희 등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처럼 이들 역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리그에 제대로 적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들 6명의 초단 중 진짜 ‘물건’이 누구냐에 따라 팀의 기상도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안개 판도 속에서도 ‘3강’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박영훈-목진석의 원투 펀치에 고근태-이정우의 허리, 박정근(마스터스 준우승)-윤찬희로 신·구 조화를 이룬 신성건설(서울), 최강 이세돌에 최철한-홍민표가 허리를 받치고 김승재(신인왕전 준우승)-류동완 두 초단이 가세한 제일화재, 발군의 스타는 없지만 원성진-한상훈-유창혁-배준희-박정환-박승화까지 전원이 일류라 불릴 수 있는 월드메르디앙이 그들이다.

◇KIXX 대 울산 디아채=조훈현-이창호 사제가 손을 잡은 KIXX가 과연 개막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다. KIXX는 지난해 예상을 밑돌았던 이창호-박정상이 어느 정도 위력을 되찾느냐, 또 2003년 후지쓰배 준우승 이후 슬럼프를 겪고 있는 송태곤의 재기 여부, 노장 조훈현의 공헌도 등 미지수를 잔뜩 안고 있는 팀이다. 최강도, 최약도 가능한 도깨비 팀이다.

울산 디아채는 1지명 백홍석이 상승 기류이고 지난해 한국리그 최다승(12승)을 기록한 19세 강동윤의 잠재력이 막강하다는 점이 자랑이다. 신인왕전 우승자 김기용이 점차 물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품게 한다. ‘강자킬러’ 최원용과 이세돌 9단의 친형으로 예선을 통과한 이상훈이 몇 승을 올리지도 관심거리.

10일 개막전의 오더는 극도로 팽팽하게 짜여졌다. 울산 디아채의 백홍석과 KIXX의 2지명 박정상은 일단 우세. 나머지 세 판은 그야말로 예측 불가여서 매 판이 승부처라 할 수 있다.

◇티브로드 대 영남일보=신생팀 티브로드는 서봉수 9단을 감독으로 영입하고 이북5도를 연고지로 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팀. 불리한 조건을 안고 출발한 티브로드는 조한승을 축으로 장고 바둑에 강한 안조영-최명훈과 이원도-이춘규 두 초단으로 신·구 조화를 꾀했다. 그러나 데뷔전부터 불상사(?)가 생겼다고 ‘서 감독’은 하소연한다. 1지명 조한승이 후지쓰배 출전 관계로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우승팀 영남일보는 최규병 감독이 올해도 어린 선수 주축으로 팀을 짜 8개 팀 중 가장 젊은 팀이 됐다. 1지명으로 우승의 주역이었던 19세 김지석(2007 한국리그 MVP)을 뽑았는데 기대 충족 가능성은 반반. 그러나 윤준상-허영호의 막강 허리에 초단 중 가장 어린 강유택(17세), 공헌도 높은 김형우 등은 어느 팀에도 쉽게 밀리지 않을 전력으로 보여진다. 12~13일 경기의 오더를 보면 영남일보가 일단 우세하다. 최대 변수는 초단 3명의 활약 여부.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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