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환경재해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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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10년사이 인류는 두개의 끔찍한 환경재해(災害)를 겪었다.86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폭발사고는 사상 최악의 核재해였다.89년 미국 알래스카 근해를 시커멓게 뒤덮은 유조선 엑슨 발데스號의 원유유출사고 역시 해상오염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둘다 인재(人災)였다.
재해규모가 날로 대형화되고 그 후유증이 몇십년씩 지속된다는데환경재해의 공포가 있다.엑슨 발데스號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해역에 1천1백만갤런(4천1백64만ℓ)의 원유를 유출시켰다.무수한 물새와 고기,바다동물들이 기름의 늪에 갇혀 죽어갔다.오염해역은 해안선을 따라 1천2백75마일(2천52㎞)까지 뻗쳤다.유조선의 소유주인 엑슨社는 기름 제거에 2년동안 1천1백명의 기술자와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비난은 수그러들줄 모른다.해상의 오염제거에만 급급했을뿐 해안 바닷속 해상(海床)에 쌓인 기름찌꺼기는 지나쳤다고 한다.엑슨社는 기름띠를 속히 분해하기 위해 특수화학물질을 사용했다.그러나 일부 화학물질은 원유보다 독성이 더 강한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6년전의 오염해역은 맑고 푸르름을 되찾았다.어획된 물고기에서는 기름 잔재를 발견하기가 어렵고 유출사고 1년후 핑크연어의 기록적 풍어(豊漁)를 거두었다는 어부들의 보고도 있다.대자연의복원(復元)능력은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 씬 더 클지도모른다는 해석도 곁들인다.기름오염이 바다새나 해양생물들의 번식에 지장과 결함을 주고 있다는 연구도 꼬리를 문다.오염해역이 완전히 정상을 되찾는데는 앞으로 수십년이 걸린다는 분석들이다.
원상회복이 더딘 속성 때문에 환경재해는 「엎지른 물」에 곧잘비유된다.재발을 막는 대비가 차선(次善)이다.엑슨 발데스號 사고는 기름 제거기술의 향상을 촉진했다.기름띠를 분산시키지 않고기름을 고체 형태로 응고시켜 걷어내는 화학공법 이다.
미국은 90년 기름오염방지법을 제정했다.미국 해역을 운항하는유조선은 2015년까지 적재탱크부분 선체(hull)를 이중으로만들어 겉벽이 파손돼도 원유가 유출되지 않도록 의무화했다.
유조선 운항수칙도 엄격해졌다.
이들 조치는 기름 유출의 기회를 줄일 뿐 그 가능성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원유 수입이 늘어날수록 이를 실어나르는 유조선 또한 갈수록 늘어난다.남해(南海)앞바다 기름오염사고가 더할 나위 없는 경종(警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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