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바둑돌은 저마다 언어를 토해낸다. 백6의 마늘모가 전해주는 언어는 ‘견고함’이다. 흑의 급전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느릿하게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박영훈 9단의 심사가 엿보인다. 7의 굳힘과 9의 밑붙임은 ‘집’을 말하고 있다. 최종국일수록 ‘실리’는 좀 더 강한 유혹으로 대국자를 빨아들인다. 프로라면 한 집을 찾아 헤매는 종반의 고통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으랴.
13의 언어는 ‘균형’이다. 정석대로 ‘참고도’ 흑1로 벌리면 백2의 육박이 절호점이 된다. 백△들의 능률을 최대화시키며 흑▲의 운신을 거북하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요소. 흑13이 놓이자 흑의 움직임이 빠르게 느껴진다. 스피드(실리)-이게 흑의 초반 전략인 셈이다. 14는 두터운 요소. 백은 계속해 두터움을 쌓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