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韓·中에 가스공급 늦어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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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강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16일 "2008년부터 시베리아에서 가스를 도입하려던 계획에 일부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吳사장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가스 개발을 둘러싸고 러시아 내부에서 국영회사인 가스프롬과 민간 가스 개발사업자 사이에 이권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 바람에 가격 협상 등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논란의 발단=매장량이 10억t을 넘는 이르쿠츠크의 코빅타 가스전 개발사업은 처음에는 영국.러시아의 합작사가 출자한 '루시아 페트롤레움(RP)'이 주도했다.

RP는 지난해 11월 말 중국국영석유사(CNPC)와 한국가스공사 등과 공동으로 코빅타 가스전을 개발, 30여년에 걸쳐 중국(연 1400만t)과 한국(연 700만t)에 수출한다는 내용의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3사는 올 상반기 중 한.중.러 3국 정부의 사업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본격적인 개발사업과 가격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공동 가스관 노선도 윤곽이 드러났다.

그러나 국내와 수출용 가스관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해 온 러시아 최대 국영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이 이 같은 사업 계획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스프롬 측은 이달 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코빅타에서 생산한 가스를 기존 가스관을 통해 서유럽에 우선 수출하고, 중국라인(한국 포함)은 2012년 이후로 공급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동북 지역의 수요가 많지 않아 중국과 한국으로 가는 가스관을 건설해도 코빅타에서 생산한 가스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파장 예상=RP는 현재 가스프롬의 지분 참여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가스 공급계획 자체가 백지화됐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코빅타에서 생산된 가스를 서유럽에 우선 공급하고 중국과 한국에 공급시점을 늦출 경우 중동산보다 싼 시베리아산 가스를 도입해 국내 수요의 25%가량을 충당하려던 한국 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된다.

한국가스공사 吳사장은 "협상이 늦어지면 2010년 이후로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2008년부터 시베리아산 가스가 공급되지 않더라도 국내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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