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종군위안부 그리는 日민중화가 도미야마 다에코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천황제 비판,일본의 과거식민통치에 대한 반성,그리고 전쟁책임추궁등 아직까지 상당수의 일본작가들이 외면하듯 피해가는 일본화단의 터부들이다.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74).자그마한 체구에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이 노화가는 일본에서도 눈에 띄게 이 금기(禁忌)에 휘저으며 스스로 소외된 작가의 길을 걷는 대표적인 일본판 민중작가다. 『일본은 아시아민중에 대한 가해자』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도미야마 가 자신의 첫 한국전시인 동아갤러리 전시개막에 맞춰 방한,21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도미야마는 『전후 50년,특히 한국으로서는 광복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서울에서 제 전시가 열린다는 것이 마치 꿈같습니다』라며 서울전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80년대말까지만 해도 비자발급이 안돼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던 일본인중 한사람이었다.그녀가 그리는 작품 대부분은 종군위안부.조선인 강제징용.군국주의 비판등 「일본이,특히 한국에 대해 저지른 부당한 역사의 모습」을 테마로 다 루고 있다.
『70년대초 한국방문때였습니다.「황톳길에 선연한/핏자욱 핏자욱 따라/나는 간다 애비야/네가 죽었고/지금은 검고 해만 타는곳/두손에 철삿줄/…」이라는 김지하시인의 『황톳길』을 구해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갑자기 옛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이것이 내가 작가로서 걸어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녀시절을 만주에서 보낸 그녀는 우연히 당시 부산항에서 조선인들이 묶여 연행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그 기억이 김지하의 시를통해 다시 되살아나며 『일본의 과거에 대해 몹시 부끄러움을 느꼈고 한국 민중에 대해 자신이 무 엇인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김지하시인의 시에서 시작된 도미야마의 反일본적인 테마는 그후계속 넓어져 광주문제.조선인 강제연행.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뤘고최근에는 일본이 발뺌하려는 전쟁책임 추궁까지 삼고 있다.
특히 종군위안부 문제는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분노하면서 그림을 통해 지속적으로 「일본의 反문화적 야만」을 고발하는 일을 펼치고 있다.
『자신이 일본의 부끄러운 역사를 계속 그리는 것은 그 역사가아직 청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도미야마는 자신이 일본화단에서는 이단의 작가로서 외톨이인 점에 대해『결코 후회하지않는다』는 말로 답했다.동아갤러리((778)4 872)전시는 다음달 16일까지 열린다.
〈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