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비례대표제 왜 필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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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는 지역 후보에게 한 표<右>,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사진은 경기도 이천-여주 선거구의 투표용지. [사진=변선구 기자]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9일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이 선거는 유권자 한 사람이 두 표를 행사하는 ‘1인 2표제’로 치러진다. 2002년 3회 지방선거 때 도입된 제도다. 국회의원 선거에는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 적용됐다. 유권자는 투표 용지 두 장을 받아 한 장은 지역 출마자에게, 다른 한 장은 지지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한다. 정당에 던진 표의 득표 비율을 따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1인 2표제와 비례대표는 왜 필요한 걸까.

◇비례대표제=각 정당의 선거 득표율에 따라 일정 수의 국회의원을 할당하는 선거 제도다. 우리나라 국회는 지역구 의원 245석(82%)과 비례대표 의원 54석(18%) 총 299석으로 구성된다. 투표에 나타난 민심에 비례해 의원을 배정하므로 사표(死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때 처음 실시된 이 제도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용이하지만 군소 정당 난립에 따른 정국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왜 필요할까=우리나라 헌법(제41조 3항)에 명시돼 있는 비례대표제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3공화국 때 도입됐다. 소선거구제는 선거구를 작게 나눠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제도다. 그래서 득표율 2등 이하 후보에게 던진 표는 사표가 돼 정당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차이가 크다. 이는 결국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막아 다수당은 ‘과대 대표’되고, 소수 정당은 ‘과소 대표’가 되는 폐단을 낳았다. 이 때문에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한 표가 갖는 평등성도 살리기 위해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것이다.

◇1인 2표제 도입배경=비례대표제는 17대 선거 이전에는 1인 1표제로 시행됐는데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차이를 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했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단순히 정당 지지로 여긴 결과다. 의석 배분 방식이 민의를 잘못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 방식은 지지 후보와 정당이 다르거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경우 투표 결과에 원천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헌법재판소가 2001년 “1인 1표제로 치러지는 기존 비례대표제 배분 방식은 민주주의의 원리와 직접선거·평등선거에 어긋난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소수 의견과 소수 대표의 존중이라는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도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할 때 직능 대표나 각계 전문가보다는 당에 공천 헌금을 많이 내는 후보, 충성도가 높은 후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행 비례대표제=현행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선거 전에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해 발표한 뒤 1인 2표제에 의해 얻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정당득표율을 반영한 이 제도가 17대 총선에 도입된 결과 민주노동당은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

모든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이 할당되는 것은 아니다. 군소 정당 난립으로 인한 정국 혼란을 막기 위해 유효 총투표 수의 3% 또는 지역구 5석 이상을 차지한 정당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는다.

비례대표 의원은 소속 정당이 합당·해산·제명되는 경우는 의원직이 유지되지만 당을 옮길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남은 문제=현행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비율이 지역대표에 비해 현저히 낮아 이 제도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구 대표와 비례대표 비율을 1:1로 하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인구 비례에 따른 지역 대표보다 직업별 직능 대표 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례대표를 늘려 다원화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글=장욱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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