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국제규범 어긋난 자본재육성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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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방선거 직전 발표됐던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의 세부추진계획이 만들어지고 있다.그 대책이 지향하고 있는 자본재산업 육성을마다할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해 끊임없이 지원을 요청하는 민간의 타성과 이 기회에 그 역할을 늘 리려는 정부의시도를 드러내는 듯해 걱정된다.
자본재산업 육성대책(이하 자본재육성책)은 금융.조세.인력 등각종 지원을 통해 자본재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키우겠다는정부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그 지원 내용이나 강도가 획기적인 것이라 눈길을 끈다.
자본재산업의 취약한 국제경쟁력때문에 대일(對日)역조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져 왔고,또 엔高 때문에 일본기업들이 공장이전 등을 통해 해외산업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이 자본재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대책이 제대로 실시될 경우 당연히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대일 무역역조.무역적자의 해소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또 지금처럼 높은 금리와 물가고를 이유로 한 고임금,높은 지가 등 고비용의 공급여건속에서는 정부 지원없이 기업 혼자 힘으로 국제경쟁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재육성책에 대해 문제삼는 이유는 「이 시기에」「정부가 직접 개입해」「특정산업을 지원하는」 대책의 성격 때문이다.최근 수년간 정부와 민간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경제안정.세계화.자율경제의 노력과 일치하지 않은 느낌 이 강하기 때문이다.
첫째,아무리 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하더라도 지금이 돈을풀 때인가 하는 점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고보지 않는다.
경기의 양극화와 자금시장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정부가 자신있게 경기진정 정책 의지조차 소신을 가지고 내비치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그러나 수년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사상 최저수준의 실업률,늘어가는 무역적자를 볼 때 이완된 금융정책을 펼 때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자주 지적되고 있는 고금리문제도 특정산업과 특정기업에 대해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물가안정속에서 시장금리가 스스로 내려가도록 하는 경제안정책이 정도(正道)다.
둘째,현재 꾸며지고 있는 자본재육성책이 정부가 직접 나서서 특정산업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과절차면에서 어느 정도 시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와관련,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따라 우리는 지금 각종 정부지원책을 없애거나 줄이거나 또는 고쳐가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그 보조금 규정의 핵심은 수출과 수입대체를 늘리려는보조금은 철폐하고,국내보조금이라 하더라도 특정산 업을 지원하지말자는 것이다.
또 우리는 과거 정부주도 시대의 유물인 정책금융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민간경제에 각종 왜곡을 낳았다는 반성에 따라 어려움 속에서도 정책금융을 줄여왔다.
그것은 정부지원보다 정부규제 철폐가 민간 자율경제를 제대로 꽃피우는 길이고 또 그것이 작으나 더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해온지금까지의 노력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재육성책은 국제규범과의 조화를 기본으로 하는 세계화,그리고 민간자율경제의 창달을 통한 선진경제건설이라는 두가지경제정책이념에 부합되도록 그 정책내용과 추진절차에 세심한 조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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