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산책>"서구의 몰락" 오스발트 슈펭글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세계 제1차대전 전후 지식인들 사이에 지극히 비관주의적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서구문명의 몰락을 예언해 지식인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오스발트 슈펭글러(1880~1936)의 대작 『서구의 몰락(Der Untergang des Abendland)』(박광순 옮김)이 범우사에서 완역.출판되었다.
독일어 2권으로 된 이 책은 각각 1918년,1922년 출판된 이후부터 2차대전이 끝난 직후 1950년에는 무려 1백40판을 찍는 대기록을 세운 책.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때까지 그리스.로마-중세-근대라는 직선적 발전관이나 단계론적 발전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당시의 강단 역사철학적 도식에 대한 비판이다.
제목에서 서양을 뜻하는 Abendland 가 「해가 지는 땅」을 의미하듯 이 책은 유기체론에 입각해 종말론적 역사철학의 전형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화사적 관점을 취했다는 점에서 토인비의『역사의 연구』와 비견되기도 하는 이 책은 도전과 응전 속에서역사의 끊임없는 진보를 정당화했던 『역사의 연구』와는 명백히 대립된다.
이러한 그의 종말론적 역사관은 저자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당시 이성에 의해 역사가 진보한다는 형이상학,즉 신의 죽음을 예언함으로써 「초인」의 등장을 예언한 니힐리즘 철학을 제시한 니체의 영향이 크다.
세계를 9개의 문화권으로 나눈 그는 각 문화권이 자기만의 고유한 「영혼」과 「삶」이 있으며 그것은 예술.사상 등의 형태로표출된다는 전제 아래 비교형태학을 통해 각 문화권의 흥망성쇠를설명하면서 서구문명도 이러한 순환과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예언한다.
최근 이념사적 관점에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승리를 단언하는 낙관론적 종말론을 제시함으로써 서구의 지식인들에게 회자(膾炙)된 바 있는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과 비교해 읽어보는 것도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金蒼浩〈本社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