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방사성 폐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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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방사선은 핵폭탄이나 원전(原電)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하늘로 부터 우주선의 형태로 날아들며,우리 주위의 땅.건물.각종가재도구.음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에 많든 적든 들어있는 방사성 동위원소(同位元素)에서도 미량(微量)의 방사선은 나오게마련이다.
이런 것들을 자연방사선이라 부른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때는 밀리시버트(mSv)란 단위를 쓴다.1mSv란 건강진단을 위해 가슴에 X선 사진을한번 찍을 때 받게되는 방사선의 양으로 1백밀리렘(mrem)과같은 크기다.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햇동안 받는 자연방사선은 대체로 2.4mSv 정도다.따라서 방사성 폐기물은 이런 자연방사선보다 높은 수준의 방사선을 내는 능력을 띠고 있는 물질을 가리킨다고도 말할 수 있다.원자력 발전(發電)과정에서 나오는 쓰 레기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방사선의 세기가 일정수준 이상일 때 인체는 이상반응을 일으킬수 있다.대체로 보통사람의 경우 자연방사선량의 2배정도인 연간5mSv,방사선 시설 종사자의 경우 이의 10배인 50mSv를넘으면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예컨대 1천mSv의 방사선에 한꺼번에 노출된다면 구토와 권태감 및 설사증세를 보이고 1백명에 한명 정도는 몇년 후 암(癌)에 걸릴 수도 있다.방사선은 그 위력때문에 거꾸로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유용한 치료방법이 되기도 한다.이 경우 한번에 6만mSv라는 막대한 양이 조사(照射)된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피해는 증식(增殖)속도가 빠른 세포일수록 빨리 나타난다.백혈구.적혈구의 파괴등 혈액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고 다음이 생식기.골수(骨髓).소화기의 점막 부위와 피부의 순이다.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되고 있는 체르노빌사고의후유증으로 백혈병이나 불임.기형아 출산 등이 많이 발견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최근 보도된 고리(古里)원전의 방사성 폐기물 누출사고의 경우누출된 방사능의 양이 인체에 피해가 없는 수준인 것은 천만다행이다.그러나 문제는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즉 방사능을 갖고 있는 물질을 다루는 과정의 소홀함과 이를 책 임맡고 있는 사람들의 안이한 자세다.그런 소홀함과 안이함이 원자력의 이용에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자칫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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