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은 글로벌시대의 덫…근로자에 교육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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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은 글로벌 경제시대에 보호무역주의라는 덫에 빠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제대로 교육시켜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이렇게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보스턴대에서 열린 한 금융세미나에 참석해 보호무역정책은 고급 기술인력 부족과 관련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해외 아웃소싱'(기업들이 싸고 좋은 인력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현상)에 대해 적당한 인건비를 주고 쓸 수 있는 고급 엔지니어들이 미국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고급 기술인력의 보수는 최근 수년간 높이 치솟았지만 별 기술이 없는 사람들의 임금은 지난 20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며 "이는 미국에 고급 기술 인력은 크게 부족한 반면 흔한 기술을 가진 근로자들은 넘쳐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력 공급의 이 같은 문제는 교육제도에도 원인이 있다며 교육기관들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자 양성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은 해외 아웃소싱 추세와 관련, 미국 내 일자리를 해외에 빼앗긴다는 우려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싼 가격과 좋은 품질을 즐기는 세계화 시대인 만큼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근로자들이 더 치열한 경쟁에 노출될 수 있도록 인력채용 등을 더욱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역장벽을 쌓으면 골치 아픈 경쟁이 완화되기도 하지만 머지않아 생활의 질은 지금보다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의 질 좋고 값싼 제품의 수입을 막으면 미국인들만 손해라는 얘기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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