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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국가경쟁력] ① 경남, 보호명목 겹겹 규제 남해 절경 숨막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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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방 시대’ ‘균형발전’이란 구호가 요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지방은 더 깊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돈과 인재는 빠져나가고, 있는 자원이라도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리려 ‘몸부림’을 치지만 좌절하고 있다. 촘촘히 짜인 각종 ‘전봇대 규제’가 주된 원인이다. 서울을 제외한 15개 광역자치단체의 대표적 현안을 조명하고, 지방 경쟁력의 해법을 모색한다.

“동백꽃이 보고 싶어 하루 종일 운전해 왔는데 들어갈 수 없다니….”

경남 거제도를 가로지르는 14번 국도를 따라 남으로 달리면 나타나는 몽돌 해수욕장(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6일 길이 1.2㎞에 이르는 검은색 조약돌 밭을 걷던 관광객 이명호(48·성남시 )씨는 동백숲을 둘러싼 철책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팔색조가 서식하는 동백나무 보호구역 이므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사무소장 명의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해안 3㎞를 따라 면적 4만8162㎡ 에 이르는 동백나무숲 주변으로는 철책이 빙 둘러쳐져 있다. 동백숲 철책은 1988년 설치됐다. 올해부턴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시행에 따라 2026년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모두 40년 가까이 ‘금단의 숲’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동백숲은 엉망이 되고 있다. 동백나무보다 키가 큰 소나무·후박나무들이 자라면서 동백나무가 많이 죽어 버려 숲의 절반 정도는 다른 나무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곳은 한려수도해상국립공원에 포함돼 있어 공유수면 관리법·자연공원법·관광진흥법 등 무려 35개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다. 남해안의 절경이 겹겹의 숨막히는 규제에 묶여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동마을(140가구 400여 명) 김영철(53) 이장은 “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책로 등 부분적 개방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제시는 동백숲을 동백 테마공원으로 개발해 거제 해금강과 연계하면 연간 거제 관광객 400만 명의 10%인 40만 명의 관광객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동백숲에서 동쪽으로 3㎞쯤 가면 해금강이 있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십자동굴이 들어오는 언덕에는 4만2544㎡ 의 빈 터가 보인다. 거제시가 2004년 3월 준공해 분양 중인 해금강 집단시설지구. 14필지(숙박 6, 상업 8)는 단 하나도 분양되지 않았다. 국립공원 내여서 건폐율이 15%밖에 되지 않고, 높이도 3층밖에 지을 수 없어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남해대교와 남해창선∼삼천포항 간 연륙교 주변도 국립공원과 수산자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전혀 개발할 수 없는 낙후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창원대 정재욱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통해 지방의 경쟁력을 키워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제=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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