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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기성복정책이 지방 개발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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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김태호(47·사진) 경남지사는 지방의 현실을 얘기할 때 ‘몸부림’이란 단어를 쓰며 그 절박함을 역설한다. 사람도, 돈도 없는데 그나마 지방의 자원을 개발해 지역 경제를 살리려 해도 중앙정부의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지난달 24일 만난 김 지사는 현재의 지방 정책을 ‘기성복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중앙정부가 치수를 맞춰 놓고 크든 작든 그 치수에 맞춰 입으라고 강요하는 획일적인 정책으로 지방의 자율성과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성복 정책이란.

“중앙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을 맞춰 주지 않으면 예산(지방교부세)을 주지 않는다. 옷감(재정 지원)을 주면 몸(개발 수요)에 맞게 옷(정책)을 맞춰 입을 수 있는데 기성복을 내려 보내는 꼴이다. 현지 실정에 맞지 않으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성복을 재단해 지역 실정에 맞추면 되지 않나.

“정부가 만든 조건을 어기면 바로 감사다 뭐다 하며 들들 볶는다. ‘행정 기준 때문에 안 되고’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때문에 안 되고’ 등의 논리를 편다. 지역 특성에 맞추어 쓸 수 있도록 예산을 과감하게 던져 줬으면 좋겠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로 취급한다는 주장도 폈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물가에서 위험하게 뛰노는 아이로 여긴다. 지자체가 잘못할 수도 있지만 의회·시민단체가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으니 지방을 믿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요즘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동·서·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이다. 그래서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다.

-남해안 개발이 어느 정도 어려운 실정인가.

“남해안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시멘트 발라 총 구멍만 내놓은 해안초소만 있다. 군인은 근무하지 않지만 (각종 법규 때문에) 돌멩이 하나 치울 수 없다. 남해안 같은 국제적 잠재력을 갖춘 곳은 드물다.”

-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 고생이 심했다고 하던데.

“지난해 말 청와대가 환경단체의 반발을 받아들여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15분쯤 심하게 다퉜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김해 봉하마을에) 귀향한 뒤 잘 모시지 않겠다고 화를 냈다. 그래서인지 일부 조항을 수정해 통과됐다.”

창원=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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