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해태 2안타 빈공불구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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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후반기들어 해태가 LG에 연승을 기록하는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태의 승리는 빈타속에 행운으로 얻은 것이어서 살얼음판을 걷듯 불안하기만 하다.
해태 빈타의 원인은 어디있는가.
올해 팀이 몰락하는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공격력 부진은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근성의 실종」에서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상대투수들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출루가 우선인 선두타자나,결정적 승부처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자나 모두 중압감에서 일찌감치 벗어나고 싶은 듯 너무도 쉽게 방망이를 돌리며 끈질긴 승부를 포기해버린다.
올해 전반기까지 해태타자들이 타석당 상대한 평균 투구수는 3.54개.프로야구 8개구단 타자들의 평균 상대투구수 3.73개에 약 0.2개가 적은 수치며 끈질김을 자랑하는 LG타자들의 3.76개에 비하면 더욱 차이가 난다.
한타자당 0.2개 정도의 투구수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그러나 전반기 기준(경기당 38명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음)으로 볼때 타자당 0.22개의 투구수는 경기당 8.36개의 투구수를 의미한다.
이는 현대야구가 철저히 역할분담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볼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투구수 한개 한개를 아껴야 하는 마무리 투수입장에서 경기당 8개가 넘는 투구수를 절약할 수 있다는것은 커다란 이득인 것이다.
특히 3연전에서는 25개의 투구를 절약할 수 있어 마무리 투수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진다.
해태 타선이 끈질기지 못하다는 것은 또 전반기내내 68경기서얻어낸 4구가 모두 1백74개 밖에 안된다는 데서도 드러난다(8개 구단 가운데 최소).
반면 롯데는 73경기서 2백96개를 얻고 있다.
그동안 해태는 전통적으로 화끈한 공격력의 야구를 추구해왔다.
초구부터 과감히 자기 스윙을 하는 공격적 자세는 팬들의 사랑을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또 해태 타자들은 더이상 과거의 「일당백(一當百)」을 자랑하던 무서운 호랑이들이 아니다.
강할때는 「호쾌한 야구」였지만 이제 막 휘두르는 해태의 야구는「무기력」으로만 보여지고 있다.
후반기 첫날인 18일 LG전에서 해태는 2안타의 빈공으로도 이기는 행운을 안았다.그 경기서 해태는 31명의 타자가 나와 14명이 상대투수의 두번째 투구안에 승부를 거는 쫓기는 듯한 타격모습을 보였다.
〈金弘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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