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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진기자는 女도 男도 아닌 중성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6호 26면

카불의 사진사-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 사진전
4월 1~30일
신문박물관 기획전시실
문의: 02-2020-1850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38)씨는 강심장을 지녔다. 일터에서 듣는 이런 고함쯤에는 눈썹 하나 까딱 안 한다. “너, 너 말이야, 사진 찍지 마. 사진 찍으면 그 카메라 부숴버리겠어!”

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그는 더 위험한 곳으로 들어가 남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 좋다는 사람이다. 프로 사진기자의 세계에는 여성도 없고 남성도 없고 중성만 있으니, 여자라고 봐줄 이 없는 바닥에서는 스스로 강해지고 자신을 지키는 수밖에.

정씨는 2007년 9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보도사진전 ‘페르피낭 포토 페스티벌’(프랑스)의 경쟁 부문 중 ‘케어 인터내셔널 휴머니티 르포르타주’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올 3월에는 제4회 ‘데이즈 재팬 국제보도 사진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 보도사진계에 한국 젊은이의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카불의 사진사-부르카 밑의 웃음소리’는 뉴스의 현장에 서서 치열한 정신으로 팔딱거리는 이미지를 길어올린 정은진씨의 지난 몇 년간 보고서다. ‘페르피낭 포토 페스티벌’에서 그에게 그랑프리를 안겨준 ‘아프간 산모 사망률: 카마르 스토리’(사진) 연작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기록한 사진 30여 점이 나왔다.

특히 ‘카마르 스토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모 사망률을 보이는 아프간의 안타까운 현실을 ‘포토 스토리’로 구성해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바닥샨 주의 파이자바드 주립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고 2주 뒤 죽은 카마르(1981~2007)를 통해 아프칸 여성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정은진씨는 “나는 카불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말한다. 탈레반이나 자살폭탄쯤으로 외신에 오르내리는 아프간이지만, 그 땅에 머물며 정씨는 “그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의 근엄성과 평범성을 유지하려고 애쓴” 아프간인들의 아름다운 일상을 보았고 그 초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전과 함께 정씨의 자전적 에세이집 『카불의 사진사』(동아일보사 펴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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