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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선과 악, 인간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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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간의 본성(들)
폴 에얼릭 지음,
전방욱 옮김,
이마고,
544쪽, 1만8500원

이 책은 궁극적인 의문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왜, 어떻게 지금 같은 형태로 진화한 것일까. 물음은 끝이 없다. 미치광이 범죄자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인 가운데 어떤 게 인간의 본 모습인가. 공통점도 많지만 차이도 뚜렷한 인간에게 본성은 하나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지은이는 언어·사고·예술·성·권력·폭력·전쟁·집단학살 등 인간세상의 다양한 요소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리고 인간은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하게 이뤄진 유전과 문화의 공진화(共進化: 서로 다른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것)의 산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유전과 문화의 점진적 변화로 지금 같은 인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진화는 문화를 포함하는 모든 생물학적인 현상을 무리 없이 설명할 수 있다”며 “인간의 본성은 확실히 생물학적인 영역에 속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극단적인 유전적 결정론, 즉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주장은 배격한다. 생물학은 문화라는 정황을 고려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으며, 문화는 진화과정을 통해 변화한다는 생각이다.

예로, 정부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공격적 유전자 때문은 아니지만 자신의 이익을 좇는 유전적 성향이 전쟁의 생물학적인 근원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면서 십자군 전쟁의 원인을 인구와 환경 모두에서 찾는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전반에 대한 해박하면서도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진화를 살펴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렇게 방대한 작업을 한 이유는 인간의 역사와 진화를 파악해야 미래사회의 복지방안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는 환경보존,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에 대한 해답을 이 과정에서 찾는다. 환경을 통제하는 인간의 능력은 증가하고 있지만, 그 힘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윤리적 능력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다.

지은이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환경학자로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부 인구학 교수다. 1968년 낸 『인구 폭탄』에서 자원고갈·환경파괴 등을 경고했고, 생물다양성과 환경윤리를 역설해왔다. 이 책도 그러한 활동의 연장선이다. 원제 『Human natures: Genes, Cultures, and the Human Prospect』.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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