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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삶과문화

어려운 현대미술 감상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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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전시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을 받은 적이 있는지, 한없이 몰입해 본 경험이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현대미술은 주제나 내용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져, ‘본다’는 감각만으로는 제대로 감상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역시 전시는 ‘비주얼’을 통한 소통이다. 보는 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 때로는 설명을 들어야 하지만….

우리는 잡지, 텔레비전, 영화, 광고 등 일상적인 비주얼 이미지들을 통해 무의식중에 ‘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전시의 구성요소인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거리 곳곳의 상점에 상품이 진열된 모습에서 디스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물을 보고 익숙한데도 왜 현대미술 전시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인가.

얼마 전 일반 성인들에게 강연을 하면서 “어떻게 현대미술을 공부하면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반 고흐의 작품 ‘아이리스’ (1890)에서 받을 수 있었던 감동이 왜 현대미술에서는 불가능한지를 궁금해 했다. 같은 시대를 사는 미술가들이 만든 작품인데도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미술에 대한 이런 답답함을 어떻게 호기심으로 바꿀 수 있을까. 우선, 전시장에 자주 가야 한다. 기회가 되는대로 전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접하다 보면 개인의 취향이 형성되고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술 전시, 음악이나 연극 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전시를 보다가 작품에 대해 궁금해지거나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전시장에 있는 관계자에게 자세히 물어보자. 대개 전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관람객에게 작품설명을 하는 데 기쁘게 임한다. 셋째, 신문기사나 잡지의 전시 리뷰 등을 읽어보며, 전문가의 관점과 나의 시각을 비교해 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보도 얻게 되며,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회 오프닝에 가는 기회를 가져 본다. 대부분의 전시 오프닝에서는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와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더 이상의 호기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어려서부터 외우고 배우는 방식에 길들여져, 자유롭게 사고하는 대상으로서 문화를 향유하는 데는 인색했다. 이제는 문화를 즐기는 연습이 필요한 때다.

동시대 미술은 당대에는 제대로 평가 받기 힘들다. 현재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는 반 고흐를 위시해 많은 작가들이 그 사후에야 비로소 인정 받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알아보는 것은 몇몇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힘들 것이다. 인상파의 작품은 당대 광학의 발전을 토대로 프리즘에 분해된 빛의 여러 색을 표현한 그림이었는데, 이런 시도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너무 낯설어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실험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고, 그 도전과 실험 정신은 예술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학교 교육을 통해 미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사실에 가깝게 그리는 묘사가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미술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마치 사실적인 묘사 여부에 있는 것처럼 배웠지만, 이런 잣대가 현대 미술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반 고흐가 당대에서 시도했던 새로움을, 우리 동시대 예술가들도 시도한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우리에게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작가들이 표현하고 있는 형식이나 내용이 새로운 방식이기에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현대예술에서 진행되어온 새로움에 대한 시도들, 그에 대한 평가는 미술사를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그 새로움, 낯설음을 받아들이고 예술을 즐겨보자.

김선정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미술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