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톱>"디바" 음모속 꽃피는 우체부의 사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색과 이미지를 중시하는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선봉장인 장 자크 베넥스의 『디바』(콜롬비아 출시).우리에겐 세번째 작품 『베티블루 37.2』(86년작)로 먼저 알려졌던 베넥스는 자신의장편 데뷔작을 14년만에 선보였다.
개봉후 파리에서 3년4개월,LA와 뉴욕에서는 2년6개월간 롱런해 화제를 뿌린 이 작품은 한 두명의 주인공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할리우드식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혼란스럽기조차하다.
레코드를 취입하지 않는 흑인오페라 여가수,그녀를 우상으로 여기는 젊은 우체부,그의 친구인 베트남 소녀,그녀와 동거하는 아랍인,경찰과 결탁한 마약 매춘조직의 살인청부업자,이들을 쫓는 남녀 형사,여가수의 해적 음반을 만들려는 대만 암 거래상등이 얽히고 설켜 다양한 내용의 줄거리를 만들고 있다.
라이브무대만 고집하는 도도한 흑인 오페라 여가수를 흠모하는 우체부의 지순한 사랑 얘기가 기본 뼈대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거기에 경찰서장이 배후에 있는 마약 매춘조직에서 탈 출한 창녀가 조직원들에게 살해되기 직전 우체부의 오토바이에 증언 테이프를 집어 넣고 이를 차지하려는 조직원및 경찰들의 추적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극 중반까지 다소 느리게 진행되던 영화는 우체부 줄을 경찰이쫓아 지하철 속까지 끈질기는 추격하는 장면이 시작되면서 활기를띠기 시작한다.결국 줄은 살인청부업자에게 잡혀가고 이어 모든 증거를 없애려는 경찰서장이 나타나면서 절대절명 의 위기를 맞지만 아랍인의 기지로 가까스로 살아난다.한편 도시를 떠나기전 텅빈 무대에 오른 여가수가 줄이 몰래 녹음했던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그와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의 기조를 이루는 청색과 황색의 조화는 감독의 참신한 영상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또 흑인 여가수 신시아 역을 맡은윌헬메니아 위킨스 페르난데스는 실제 가수로 알프레드 카탈라니의『워리』 제1장의 아리아인 『먼곳으로』를 감미 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模〉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