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한 학생에게 매를 드는 대신 시를 외우게 하는 벌이 교단과 학부모 사이 화제다.
광주무등중 2학년 1반 학생들은 지각한 날에는 방과 후 교실에 남아 시를 한편 외워야 집에 갈 수 있다. 등교 때 생활부 학생들의 지각 단속에 걸린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국어교사의 자문을 얻어 정한 그날의 시를 외워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각생들이 지금까지 외운 시는 ‘단추를 채우면서’(천양희), ‘햇살에게’(정호승). ’제비꽃에 대하여’(안도현) 등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학부모 김은영씨가 1일 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칭찬합시다’칸에 ‘시를 외우는 아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김씨는 “중2가 되어 제법 남자다워진 아들이 시를 읊어 준다고 해 어리둥절하면서도 흐뭇했다”며 “나중에 지각생에게 시를 외우게 하는 선생님 얘기를 듣고 마음이 얼마나 훈훈해졌는지 모른다”고 썼다. 이어 “아이가 제 앞에 서서 시를 외우는 그 공간에 아이와 저, 선생님 세 사람의 교감이 형성되는 듯 했다”며 “지각생에게 시를 외우게 하는 선생님의 마음과 바람을 읽어 감사의 글을 띄운다”고 밝혔다.
광주무등중 2학년 1반 담임 진선주(여) 교사는 “아침부터 학생들에게 늦었다고 매를 들고 야단치는 게 싫어 예전부터 몇몇 선생님들이 해 온 시 외우게 하기를 따라 했을 뿐이다”며 “시를 소재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어 교육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