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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6폭병풍 발견 의미-만년 대표작 檀園연구에 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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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단원 김홍도(檀園 金弘道.1745~1806년께)가 조선조의 유교적 통치이념을 그림으로 그려 정조(正祖)대왕에게 진상한 작품이 새로 발견돼 미술사학계를흥분시키고 있다.
새로 발견된 단원 작품은 미술품수집가 L씨가 지난해말 일본에서 구입해온 것으로 가로.세로 각각 40.5×1백25㎝ 크기의6폭 병풍이다.
폭마다 고운 비단 바탕에 산수화와 풍속화적 내용이 수묵담채로그려져 있고 또 유교적 교훈시가 화제(畵題)로 쓰여있다.
이 시는 중국 송나라때의 성리학자 주희(朱熹)가 남긴 시로 단원은 주희시를 유교경전 『대학(大學)』에 나오는 격물.치지.
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등 팔조목(八條目)에 맞게 선정하고 거기에 따라 그림을 그렸다.
또 병풍 폭마다 세개의 낙관이 찍혀있는데 이중 하나는 「신홍도(臣弘道)」라고 돼있어 이 작품이 왕의 감상을 위해 진상했던작품임을 밝히고 있다.
최근 이 작품을 조사한 오주석(吳柱錫.호암미술관 객원큐레이터)씨는 그림 내용이 정조대왕의 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권7「시편」에 수록된 김홍도 관련내용과 일치하는 작품이라고 단정하면서 단원 만년(晩年)의 대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 그림과 관련된 『홍재전서』권7의 해당 내용에는 「금년에 홍도는 물헌 웅화(勿軒 熊禾)가 주를 붙인 주자시를 팔폭병풍으로 그렸는데 주자의 뜻을 깊이 얻었다.이미 (홍도가 그림 속에)원시를 썼으므로 (나는 그에 더해)화운시를 써서 늘 눈여겨볼자료로 삼을 뿐이다(今年弘道 以熊勿軒所註朱夫子詩 畵爲八幅屛風 深得聚星亭餘意 旣書原韻 附寫和章 以爲常目之資云爾)」라는 정조대왕의 글이 수록돼 있다.
이 기록은 이미 50년전 국내 최초의 미술사학자였던 고유섭(高裕燮)선생이 단원을 소개하며 밝힌 내용이지만 吳씨에 따르면 『이 내용과 딱 들어맞는 작품이 발견된 것은 지금까지 단원 연구를 한단계 높일만한 획기적인 일』이라고 놀라워했 다.
이 작품은 정조가 타계하기 반년전인 1800년 정초 단원이 당시 화원들의 관례에 따라 임금께 그려 바친 것으로서 吳씨는 『원래 8폭 병풍이었는데 그중 2폭이 분실된채 6폭만 남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吳씨가 『주부자시도(朱夫子詩圖)』라고 이름붙인 이 병풍의 내용은 『홍재전서』에 수록돼있는 시의 내용과 비교하면 제1폭과 5폭이 떨어져나갔으며 표구된 순서도 약간 뒤바뀐 것으로 전한다. 현재 남아있는 그림의 내용은 제1폭이 봄물에 배뜨는 모습을통해 치지(致知)를,제2폭은 한가로운 선비의 모습에서 성의(誠意)를,제3폭은 부부가 마주앉아 파국 먹는 모습을 그려 치국(治國)의 내용을 표현했다.
또 제4폭은 모친의 생 신날 장면에서 제가(齊家)의 의미를 담았으며 제5폭은 조용한 계곡모습을 그려 정심(正心)을 나타냈고 마지막 제6폭은 노적가리가 쌓인 마을 풍경을 그려 평천하(平天下)의 모습을 그렸다.
좀더 자세히 보면 『홍재전서』의 제6폭에 해당하는 제4폭은 주자가 자신의 모친 생신에 부쳐 쓴 시를 소재로 단원이 8조목중 하나인 「齊家」란 주제를 표현한 그림이다.
그림 내용을 보면 왼편의 돌담에 이어진 집안에서 좌정한 모친이 음식이 수북한 독상앞에 앉아 아들 주희로부터 술잔을 받아들고 있다.마당에는 동생인듯한 사람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며곁에 아이들과 두 며느리가 보인다.오주석씨는 『 철학적 주제를시라는 문학적 소재로 풀어내면서 무리없이 조형화하고 있어 이 작품은 단원의 대표작으로 손꼽힐만 하다』며 특히 『군왕의 감상용 그림답게 꼼꼼하고 치밀한 가운데서 김홍도 특유의 풍속화적 맛과 능숙한 산수 솜씨가 짙게 드러 난다』고 평했다.
원래 이 작품은 일본에 전해오던 것을 지난해말 우연한 기회를통해 국내 수집가인 L씨가 구입,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전한다.
일본에서 구입할 당시부터 제1폭과 5폭은 전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데 특히 일본식 표구의 영향으로 그림의 아래쪽이조금씩 잘려 흠이 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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