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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지방자치 뿌리내릴 기회 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방자치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지방선거 결과가 밝혀진 순간부터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지방에서 중앙과는 정당을 달리하는 인물들이 長으로 뽑혀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간에 정책이 어우러지지 않을 것이다」「정당을 달리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간의 이견으로 행정이 마비될 것이다」「지방정부간에도 싸움이 잦을 것이다」「지방정부가 인기위주의 저질행정을 펼 것이다」등.한마디로 지방 의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는 바람직한 정책을 펼 능력도,책임의식도 갖추고있지 않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또 이런 「여론」을 기다리기나 한듯 중앙 각 부서는 중앙과 지방행정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또 지방자치단체간의 싸움을 조정하기 위해 등의 이유를 내세워 각종 「조정위원회」를 새로이 구성하거나 강화하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방과 중앙이 매사에 의견을 달리 할 것이라는 말은 우리는 서로간에 다른 생각이나 입장을 하나의 생각이나 입장으로 조정할능력이 없다는 말도 된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잘난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고 잘난 아들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기는 하다.그러나 지방이 중앙보다는 못할 것이라는 편견뒤에 중앙정부의 오만(傲慢)과 이기심이 숨어 있는것 같아 심히 경계된다.
당선자들의 인터뷰를 접한 대부분 시민들은 「뽑고 보니 다들 참 그럴듯한 인물들」이라며 새 며느리를 맞는 시아버지 심정이었다.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도 당선자들을 축하하고 격려하는 같은 마음이었다.시민 전체의 「현명한」 결정을 스스로 대견해 한 것이다.
지방자치의 묘미는 분산된 의사결정과 행정의 「수요」에 맞는 행정「공급」에 있다.
중앙행정의 볕이 미처 닿지 않는 시민생활의 구석구석을 지방행정의 손길이 어루만져 줄 수 있고,임명권자만을 「웃분」으로 모시기에 급급하던 지방행정의 長이 이제는 시민을 웃분으로 모실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도 위에서 내려 보낸 사람이 아니고 내 손으로뽑은 사람이기에 지방자치단체장의 결정에 더 수긍할 것은 물론이다. 한마디 격려에 인색하지 말자.미래 설계의 첫걸음을 당차게내딛는 「새 며느리」 지방자치제에는 잘 할 것이라는 따뜻한 한마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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