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三豊붕괴 세번째 기적 朴勝賢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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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가족.의료진과의 대화 -매몰당시 상황은.
『지하1층 매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건물전체가 흔들리며 사람들이 비명소리와 함께 뛰어나갔다.나도 무작정 바깥쪽으로 달려가다 머리에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정신을 잃었다.눈을떠보니 온통 캄캄한 암흑천지였다.』 -매몰현장에 다른 사람은 없었나. 『아마 1층매장의 다른 언니들인 것 같았는데 여기 저기서 말소리가 들렸다.서로 소리를 치며 생존을 확인했다.며칠이지났는지 시간 감각이 사라져 알수 없었지만 주변에서 점차 목소리들이 사라져갔다.그때가 제일 무서웠다.남들이 죽어가고 나도 머지않아 저렇게 되리라는 두려움이 마구 밀려왔다.』 -무엇이 가장 고통스러웠나.
『물을 전혀 못먹은 것이다.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었다.그때마다 무조건 잠을 청했다.』 -물을 전혀 못먹었다는 말인가.빗물을 받아먹지 않았나.
『못먹었다.』 -갇혀있던 공간은 어떠했는가.
『처음엔 몸 전체를 움직일수 있을 정도로 넓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좁아들었다.다리를 구부리고 간신히 엎드려 있었다.』 -구조당시 옷을 모두 벗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옷이 거추장스러웠다.몸에 막 배기는 것 같았다.그래서 옷을 모두 벗어버렸다.』 -더워서 벗은게 아닌가.
『아니다.』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나.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났다.할머니.아빠.오빠와 동생,친구들.다 보고 싶었고 외로웠다.』 -꿈을 많이 꿨다는데.
『구조 직전인 것같은데 웬 스님이 나타나서 사과를 줘 먹는 꿈을 꿨다.그래서 구조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생각하나.
『전혀 모르겠다.한 4~5일 정도 지난 것으로 생각했다.또 꿈을 꿨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4~5일이 지났다고 말했다.』 -먹고싶은 음식은 없나.
『아이스크림이 먹고싶다.
퇴원하면 꼭 사먹어야겠다.』 朴양은 아직도 살아나온게 실감이나지 않은듯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의료진에게 『눈가리개를 풀러 엄마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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