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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전입실적 압박 … 터질 게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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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0여 명이 한꺼번에 위장전입한 것으로 알려진 충남 당진 문예의 전당 유리문에 시 승격 추진을 홍보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2일 오전 삽교호~당진을 잇는 34번 국도를 따라 충남 당진읍내로 들어서는 네거리엔 ‘당진시 승격 요건 달성 임박!’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당진읍 인구가 4만9000명에 달해 1000명만 더 채우면 시 승격 요건인 ‘읍 인구 5만 명’을 채운다는 내용이다. 당진군청(군수 민종기) 안에도 ‘일하는 당진시 건설’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당진은 이미 ‘시’로 승격된 것 같다.

하지만 시 승격 문제로 당진군은 술렁이고 있다. 주민들을 대거 당진읍으로 위장전입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예의 전당에 90여 명, 새마을회관에 100여 명 등 사람이 살 수 없는 건물 등에 최대 1만여 명이 위장전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진군이 시에 집착하는 이유는 두 가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지방교부세가 추가로 200억원 늘어나고, 공무원 정원도 200명 증원할 수 있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내 주소 어딘지 모른다”=당진군 공무원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군수의 공약사업으로 할당까지 하며 추진한 사업인데 직원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동요하고 있다. 부모와 여동생·당숙까지 자신의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한 공무원은 “사실 1~2년간 매일 실적을 체크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사법 처리를 받아 신분상 불이익을 받을까 봐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위장전입에 동원된 당진의 신성대학 학생들은 “피해를 입으면 공무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학 송모(20·여)씨는 “안산에서 당진까지 통학한다. 입학식이 열린 지난달 3일 군청 공무원들이 나와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해 주민등록 이전 동의서에 서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송씨는 “내 주소가 어디로 돼 있는지 나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주민들도 “무리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군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군청을 비난하고 있다.

최동철 신성대학 교학팀장은 “당진군에서 협조를 요청해 와 학생들의 주소지를 당진으로 옮기도록 해줬다”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학교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 처리에 촉각=당진경찰서는 관련 공무원·주민들의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위장전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위장전입을 하게 되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이미 당진군청 공무원 3~4명과 주민 10여 명이 경찰에 출두,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2~3일간 자료 검토를 한 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재 당진군이 제출한 시 승격 요청안은 행정안전부에 계류돼 있다. 계획대로라면 6월 행안부 심의를 거쳐 9월께 국회에 상정된다. 국회를 통과하면 11월께 시 승격이 공식 발표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시 승격 여부가 불투명하게 됐다. 위장전입한 주민들이 본래의 주소지로 돌아가면 5만 명에 이르던 당진읍 인구가 다시 4만 명대로 줄어든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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