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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재배’ 일군 오미자 전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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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미자 재배로 귀농에 성공한 윤창영씨가 오미자를 하우스식으로 재배하기 위한 골조를 설치하고 있다. [문경농업기술센터 제공]

2일 문경시 동로면 석항리의 한 과수원. 주인 윤창영(50)씨가 매부 전성환(48)씨와 함께 철제 파이프(골조)를 둥글게 설치하고 있다. 파이프가 꽂힌 땅 바닥에는 검은 비닐이 덮여 있고 40~50㎝ 간격으로 키 3~5㎝의 묘목이 심겨 있다.

윤씨가 최근 옮겨 심은 오미자다. 다섯 가지 맛이 난다는 오미자는 최근 한약재·음료수·술·향장제품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오미자는 5월이면 등나무처럼 그물을 타고 자라 가을이면 수확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막대기를 1자로 세우는 ‘울타리식 재배법’이 주로 사용됐다.

윤씨는 “하우스식으로 재배하면 울타리식보다 1.5배나 수확량이 많고 병해충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윤씨는 2000년까지만 해도 토목 기술자였다. 대구농고 농업토목과를 졸업한 뒤 한국농촌공사에 들어간 윤씨는 25년간 일한 뒤 스스로 퇴직했다.

“장남으로서 부모가 계신 고향에서 농촌 생활과 효도하면서 뭔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1급 토목기사·토목재료시험기사 자격증 등을 가진 유능한 기술자여서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부모 농지 5000평을 물려받고 1000평을 구입한 그는 귀농 첫해 2001년엔 골담초·삼지구엽초 같은 약초와 두릅·가죽나무 같은 산채를 재배했다. 청정 고랭지인 동로면의 특성을 고려한 작목이다. 별 어려움 없이 약초 등을 재배하던 그는 다시 2004년 1000여 평에 오미자를 재배했다. 동로면에서 오미자 재배 바람이 일던 시기였다.

그는 2005년부터 시작된 오미자축제 때는 총무·사무국장·추진위원장 등을 맡아 오미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회원 350명인 황장산오미자작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올해 3000평에서 오미자를 재배하는 그는 오미자가 ‘웰빙시대의 고소득 작목’이라고 자랑한다. 농약을 거의 치지 않는 등 다른 작물에 비해 일손이 적게 드는 데다 소득이 고추의 1.7배, 벼의 2.5배 정도로 높다는 것. 자녀는 외지에서 대학에 다니고 귀농 초기 살림을 책임지느라 아내마저 옷장사를 해 일손이 부족한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그는 오미자 등으로 연간 4000~5000여만원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미자의 이런 이점 때문에 2003년 이후 문경에 귀농한 63농가 중 50농가가 오미자를 재배한다. 문경에서는 498농가가 전국의 45%인 382㏊에서 오미자를 재배 중이다. 야생 오미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1996년 600평에서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문경시는 생산량이 늘자 35개소에 이르는 오미자 가공업체를 지원하고 내년 상반기엔 오미자연구소를 여는 등 오미자 산업화에 힘쓰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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