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9단(1패) ●·이세돌 9단(1승)
대개의 경우 ‘참고도’ 백1로 두 점을 살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흑은 2를 선수하고 4로 머리를 내민다. 5로 잡으면 6의 연결. 흑 대마는 A와 B를 맞보기로 살아 있다. 백집이 너무 많이 깨져 계가가 단박에 이상해진다.
박영훈 9단은 이 대목에서 통념을 뛰어넘는 빛나는 선택을 했다. 176으로 먼 곳의 두 점을 잡아버린 것. 해설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곧 이 수가 내포하는 승부사적 결단에 감동하며 내심 ‘박영훈은 역시 고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176은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역끝내기 10집이 넘고(이제 집으로는 따라올 수 없다), 둘째 상대가 아껴두고 있는 권리(지뢰)를 제거했으며, 셋째 복잡한 상황을 간결하게 축소시켰다. 깨끗한 승부사적 결단이었다.
하지만 겁은 난다. 흑이 177로 좌변부터 가둔 뒤 181로 끊자 또 천지 대패가 났다. (182=172)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