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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신문화사이버펑크>12.사이버 민주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심슨 사건 만큼 미국사람들의 관심을 끈 재판이 90년7월 일리노이주 북부연방법원에서 벌어졌다.원고는 미국 정부였으며 피고는세인트루이스 출신의 대학생인 크레이그 나이도프(21).
그는 벨사우스社의 「E911」이라고 불리는 문서를 컴퓨터시스템에 침입해 훔쳐 다른 주로 옮긴 혐의로 기소되었다.
벨사우스社는 미국비상전화(911)체계와 관련된 이 문서가 수백명에 의해 연구된 것이어서 엄청난 가치가 있는 회사의 비밀이라고 주장했다.
「컴퓨터 사기 및 도용에 대한 시카고특별수사팀」에 의해 체포당한 나이도프는 헌법에 보장되어있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이유로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해킹을 통해 동전 한닢조차 돈을 번 적이 없기 때문에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았다.
또한 12쪽짜리 영어로 타이핑된 이 문서가 없어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절도죄도 성립되기 어려웠다.
나이도프는 불법복사한 혐의가 있었는데 그는 컴퓨터 해킹 기술을 모르며 다른 동료가 제공한 문서를 인터네트에 공개한 것일 뿐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결국 검찰측의 공소취하로 재판은 끝났다.
한달 가량 진행된 이 재판에서 「전자 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표계산 컴퓨터소프트웨어 「로터스1-2-3」으로 유명한 로터스社의 창업자 미첼 케이퍼가 중심이 되어 90년5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전자 프런티어재단」은 재판과정에서 막대한 변호사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나이도프가 무죄임을 입증해 보이려 고 했다.
해커들의 시민적 자유를 옹호하기위한 공익단체인 「전자 프런티어재단」은 정보로 가득 찬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전통 관념에 의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미국 전역에 알리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이후 이 단체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민주주의」를 위해 법적.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단체의 가장 활동적인 사이버 변호사 마이크 고드윈(37)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선 재산권.계약.프라이버시 등의 법률적인 문제가 전혀 달라지고 있다』며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새로운법률을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수호한다는 취지로 모든 법률을 적용해야한다』고 이 단체의 활동취지를 설명했다.
급속히 확산되어가고 있는 인터네트는 중앙집중화될 수도 없고 상하관계의 계층도 존재하지 않으면서,특정한 사람들이 통제할수도없는 무정부주의적인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사이버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진 각계인사 12명이 기금을 마련한「전자 프런티어재단」은 93년 클린턴 정부 집권이후 회원들이 앨 고어 미국부통령,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등과 절친해 사이버스페이스에 관한 정책과 입법 등과 관련,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있다. 전자게시판.전자우편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전문적인 조언을 하기도 하는 전자프런티어재단 뿐만아니라 「전자프라이버시 정보센터」「컴퓨터프라이버시 안전협회」등 비슷한 활동을 하는 공익단체들이 잇따라 설립되고있다.
이 단체는 영국.캐나다.호주.이탈리아 등에 비슷한 단체들이 생기게 하는 데 결정적인 모델이 되기도 했다.
[워싱턴=蔡奎振.權赫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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