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국교정상화 양국경제 급속진전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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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베트남의 국교정상화로 당장 눈에 띄게 달라질 분야는 경제쪽이다.미국기업들은 일제히 대환영을 표시했다.황금시장을 목전에 두고서도 자기네들만 꽁꽁 묶었던 포박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제 국교정상화가 이뤄졌으니 정부차원의 경제협력작업을 바탕으로 양국 경제관계는 급속도로 진전될 것이다.우선 최혜국(最惠國)대우 협약으로 관세장벽이 제거될 것이고 해외투자에 대한 보험혜택과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도 실시될 것이다.
미국기업들이 속을 태워 온 까닭은 베트남시장의 잠재력 때문이다.건설장비 메이커인 캐터필러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동안 예상되는 베트남의 사회간접시설 건설규모만 자그마치 70억달러.
이미 비공식으로 베트남통신망을 확보한 AT&T를 비롯해 항공기판매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보잉,그리고 건설회사 벡텔.아메리칸 익스프레스.코카콜라 등 세계 굴지의 미국회사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다른 나라 기업들에 비해 늦었 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오늘」을 정말 절실하게 기다려 온 것은 베트남쪽이다.미국기업들이 베트남진출로 얼마나 재미를 볼지 몰라도 베트남으로서는 대미(對美)수출이야말로 가장 절실한 활로다.
한국을 비롯한 제3국들이 베트남에 투자하려 해도 베트남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시장에 팔 수 없어 베트남 진출 자체를 꺼려 왔던 상황인데,이같은 장애요인들이 비로소 제거된 셈이다.
특히 어떤 동남아국가들보다 우수한 노동력을 지니고 있는 베트남인 만큼 섬유제품을 중심으로 미국시장 진출에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관계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미국기업들이 아무리 적극성을 발휘한다 해도 앞서 들어간다른 나라 기업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중요한 길목은홍콩과 대만 등 화교자본이 일찌감치 차지했고 대형 프로젝트 면에서는 일본과 프랑스.한국 등이 제법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공공개발차관(ODA)공여를 발판으로 대형사업 기반을 꾸준히 닦아 온 일본기업들과의 경쟁도 상당히 버거울것으로 보인다.
[뉴욕=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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