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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 외부지원에 매달린 市.소방본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시는 입으로,소방본부는 몸으로 때운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서 서울시는 지휘책임을 맡고 소방본부측은 구조인력의 현장투입 위주로 역할이 분담돼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그러나작업에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 절반이상을 민간 기업체등 외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사고발생 이후 현장에서 인명구조에 절실한 구조장비가제때 조달되지 않아 구조작업이 지연되는등 위기관리체제에 허점을드러냈다.
지난1일 24명의 환경미화원,9일 최명석(崔明錫)군 구조의 경우 이들의 생존이 확인된 후에도 서울시및 소방본부등 구조반측은 핸드드릴이나 산소용접기마저 제때 확보하지 못해 민간업체로부터 긴급 지원받는 촌극을 벌였다.
한 민간기업의 관계자는『구호장비마저 제때 준비하고 있지 못한것은 물론 마스크.보안경 심지어 구조대원의 내의.양말에 대한 지원까지 모두 기업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본부의 경우 인명구조를 위해 평소 갖추고 있는 것은 소방서마다 구조공작차 1대.
18개 소방서 중에 10개서만이 119구조대가 편제돼 있는 것을 고려해볼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은 대형사고에 대비할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게다가 구조공작차에 장착돼 있는 유압절단기등 28개 구조장비는 이번 사고수습과정에서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서울시소방본부 강원도(姜元道)본부장은『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진방지용 안경.핸드드릴.특수방독면등 구조대가 갖추지 못한 장비들의 보완 필요성이 입증됐다』며『사실 이러한 물품들을 조기에 조달키 위해선 민간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 지』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5일까지 자원봉사자들의 식대마저도 본인들이 부담하도록 하는가 하면 6일부터 25개 구청과 서울시부담으로 식사가 공급되고 있으나 대부분이 사발면과 김밥등이어서현장 인력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또 현장에 동원된 중장비들에 대한 유류비 지원도 당초에는 지하철 건설본부등이 맡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현장 부근의 삼풍주유소등 민간업체들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재해기금이 3백82억원 상당조성돼 있으나 자연재해로만 용도가 한정돼 있어 이번 사고에 한푼도 쓰이지 못하고 있다.서울시가 이번 사고이후 직접 지원한 돈은 장례비.위로금.부상자치료비등 11억여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돈도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해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일부 부상자들은 치료비를 내지 않았다는이유로 퇴원하거나 병원을 옮겨야 했다.
서울시의 경직된 재난구호행정으로 재해구호법에 따라 적립돼있는거금을 전용(轉用)등 방법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민간인들이 맡긴 성금 10억여원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때문에 삼성그룹등 많은 대기업과 성금기탁자들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돈이나 장비를 내놓고도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康弘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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