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盧대통령 직무정지 4일째] 국정 관리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외교.안보다. 12일 오전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직후 高대행은 안보 상황부터 챙겼다. 그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건 곳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사무처였다. 그러곤 곧바로 유보선 국방부 차관에게 군 경계태세 강화지시를 내렸다. 高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면서 주재한 첫 공식 회의도 NSC 상임위원회였다.

高대행은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대한 신속한 업무파악에 매달리고 있다. 이 분야는 국가안보 및 신인도와 직결된 핵심 영역이다. 하지만 국가원수 겸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업무영역이어서 高대행은 총리 시절 깊이 개입하기 어려웠다. 이제부터 高대행은 대통령이 받아오던 NSC의 현황보고를 수시로 받아야 한다. 국정원 보고도 받게 된다. 정보의 성격상 국정원과 NSC 보고는 "총리비서실을 거치지 않고 高대행이 직접 받을 것"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그뿐 아니다. 高대행은 청와대 비서실로부터도 각종 보고를 받게 된다. 총리로서 받아온 국무조정실과 총리비서실의 보고는 그대로 계속된다. 이처럼 갑자기 업무가 늘어나 高대행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2일에는 盧대통령과 국무위원과의 간담회를 위해 잠시 청와대를 다녀온 뒤 하루종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각종 보고를 받고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점심과 저녁식사도 청사 9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총리실 간부들과 도시락으로 때웠다.

그렇지만 일반행정 분야는 두번의 국무총리와 서울시장, 최연소 도지사 등을 거치며 '행정의 달인'으로 불려온 高대행인 만큼 역할을 별 어려움 없이 소화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제 현안들은 이헌재 경제부총리로부터 보고를 받되 사실상 李부총리가 재량권을 갖고 처리하도록 위임할 방침이다. 경제분야는 워낙 전문적인 데다 高대행이 총리와 대행의 역할을 한꺼번에 맡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안보와 일반행정은 高대행, 경제는 李부총리가 총괄하는 역할분담 시스템이 가동되는 셈이다.

보좌조직도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高대행이 1인2역을 하는 것 외에 보좌조직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高대행이 강조하는 선량한 관리자는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임시 직무대리인 만큼 盧대통령의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거듭해 밝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중요한 결정은 시간을 끌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